중국의 사드 보복 등에 기술 개발·투자로 대응하기로
(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SK이노베이션[096770]이 2020년까지 1회 충전으로 500㎞를 주행하는 전기자동차 배터리를 개발하기로 했다.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이나 이에 앞선 해외 배터리 업체에 대한 사실상의 사업 배제 등 중국 정부의 조처에 기술 개발과 대규모 투자로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9일 "최근 중국 배터리공장 가동 중단 등으로 닥친 위기를 장거리 운행이 가능한 배터리 충전기술 개발과 향후 시장 확대에 대비한 대규모 투자로 대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기술 개발과 투자로 위기 국면을 기회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국내 전기차 배터리 업체들은 사드 보복 조처 이전부터 외국 업체들을 자국 시장에서 배제하려는 중국 당국의 교묘한 전략으로 어려움을 겪어왔다.
중국 정부는 작년 초부터 전기차 배터리 업체에 대해 생산·개발·품질·설비 면에서 일정한 요건을 갖출 것을 요구하는 '모범규준'을 만들고 이를 인증해왔다.
중국에서 합작 배터리 공장을 운영 중인 LG화학[051910]과 삼성SDI[006400]도 인증을 신청했으나 불합격했다. 그러자 이들 업체가 생산한 배터리를 쓸 경우 중국 정부가 주는 전기차 보조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고 우려한 중국의 전기차 업체들이 LG화학이나 삼성SDI와의 거래를 끊었다.
SK이노베이션은 국내 서산공장에서 배터리 셀을 만든 다음 이를 중국 공장에서 패킹(packing)하고 있었는데 이 공장 역시 올해 2월 가동을 멈췄다.
이에 따라 중국에 진출했던 한국 업체들은 생산설비의 가동을 중단하거나 가동률을 크게 낮춘 뒤 생산물량을 제3국으로 수출하는 식으로 대처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를 자국 산업 보호 조처로 풀이하고 있다. 외국 업체들의 시장 진입을 가로막아 자국 업체가 성장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주려 한다는 것이다.
다만 2020년 이후에는 중국 정부가 지원하는 전기차 보조금이 사라진다. 이때가 되면 모든 사업자가 똑같은 조건으로 시장에서 경쟁해야 한다.
SK이노베이션은 이때까지의 기간을 기술 격차 극대화의 기회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전기차 업계는 1회 충전 때 주행거리 400∼500㎞가량을 전기차 대중화의 요건으로 본다. 내연기관 자동차가 1회 주유로 갈 수 있는 거리만큼 가야 사람들이 불안감 없이 전기차를 이용한다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현재 완충 시 약 350㎞를 주행할 수 있는 배터리 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나 앞으로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혁신적으로 높여 500㎞의 주행거리를 확보할 계획이다.
이용우 SK이노베이션 B&I(배터리&정보전자소재)사업 경영기획실장은 "회사가 독자적으로 보유한 양극재와 분리막 등 핵심기술의 적용과 업그레이드, 신소재를 활용한 신공법 개발로 주행거리 500㎞를 달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에너지 밀도란 똑같은 부피 안에 얼마나 많은 전기량을 넣을 수 있는지를 측정하는 척도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중국 시장에서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되는 시점에 SK이노베이션은 글로벌 수준의 주행거리를 확보한 기술로 중국 시장 공략의 최전선에 설 것"이라고 말했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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