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반부패법 무력화 시도 강력 비난
(상파울루=연합뉴스) 김재순 통신원 = 브라질에서 '반부패 영웅'으로 일컬어지는 세르지우 모루 연방판사가 정치권의 관행인 비자금 조성과 사용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8일(현지시간) 브라질 뉴스포털 UOL에 따르면 모루 판사는 미국 하버드대에서 열린 '브라질 콘퍼런스'에 참석, 브라질 정치권의 비자금에 대해 "국민을 기만하는 반민주적 범죄행위"라고 주장했다.
모루 판사는 브라질 연방검찰의 주도로 마련된 반부패법안에 비자금 사용 행위를 강력하게 처벌하는 내용이 포함된 것을 지지하면서 정치권의 반부패법 무력화 시도를 강하게 비난했다.
정치권은 반부패법 심의 과정에서 부패행위에 대한 처벌 수위를 낮추고 비자금 조성을 처벌 대상에서 제외하는 한편 판사·검사를 권한남용 이유로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삽입하려고 시도했다.
그러자 사법부와 검찰은 부패수사를 방해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고, 시민·사회단체들은 반부패법안을 수정하면 정권퇴진 운동을 벌이겠다고 경고했다.
모루 판사는 1990년대 이탈리아 반부패 수사의 영웅인 안토니오 디 피에트로 판사의 `마니 풀리테(깨끗한 손)' 계보를 잇는 인물로 평가된다.
지난해 3월 미국 경제주간지 포천은 모루 판사가 중남미의 오랜 부패 관행을 '과거의 일'로 돌릴 수 있는 중요한 사건 수사를 이끌고 있다며 그를 '50인 지도자' 명단에서 13위에 올려놓았다.

한편, 브라질 사법 당국은 2014년 3월 17일부터 '라바 자투(Lava Jato: 세차용 고압 분사기) 작전'으로 불리는 부패수사를 벌여왔다.
국영에너지회사 페트로브라스와 대형 건설업체 오데브레시를 둘러싼 부패 스캔들은 브라질 정국을 뒤흔들었다.
페트로브라스에 장비를 납품하거나 정유소 건설 사업을 수주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뇌물이 오간 것으로 드러났고, 뇌물의 일부는 돈세탁을 거쳐 정치권에 흘러든 것으로 파악됐다. 오데브레시는 부정부패 조장 혐의로 미국에서 막대한 벌금을 물게 됐으며, 이 소식이 알려지고 나서 중남미 각국이 조사에 착수했다.
연방경찰과 연방검찰은 그동안의 수사를 통해 260명을 기소했고 연방법원은 125명에게 유죄판결을 했다. 이들에게는 1천317년 21일의 징역형이 선고됐고, 100억 헤알(약 3조6천372억 원)에 대해 국고 환수 조처가 내려졌다.
fidelis21c@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