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시대 달라도 소설 잘 살려…여성 욕망찾기 방식도 공감"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 박찬욱 감독의 영화 '아가씨' 원작인 영국 소설 '핑거스미스'(Fingersmith) 작가 세라 워터스(51)가 호평을 쏟아냈다.
워터스는 '아가씨'의 다음주 영국 개봉을 앞두고 8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인터뷰에서 "대사가 한국어와 일본어이고 시대적 배경도 다른데 영화가 '핑거스미스'를 충실하게 다뤄 놀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는 빅토리아 시대 직물에 관심이 있었고 그 시대의 역동성이 직물로 나타났는데, 박찬욱 감독도 공예품과 천에 비슷한 관심을 보였다"며 "영화가 신발, 장갑, 코르셋으로 가득하다"고 한 가지 구체적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2002년 발간된 소설 '핑거스미스'는 레즈비언을 소재로 다룬 역사 스릴러다.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에 소매치기 고아로 자라난 여성이 조직의 명령으로 시골에 사는 젊은 상속녀에게 접근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핑거스미스'를 원작으로 제작한 '아가씨'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을 배경으로 부모를 잃고 후견인인 이모부 고우즈키의 보호를 받는 히데코, 그의 재산을 노리고 접근하는 백작, 재산 탈취에 동참한 하녀 숙희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소설과 영화에 나타나는 권력과 포르노그래피에 대한 관점이 다른 것에 대해 워터스는 "내게는 모든 게 글이었지만, 박 감독은 이를 볼거리로 옮기기 때문에 포르노그래피로 더 많은 것을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박 감독은 일본 여주인과 한국 하녀를 동등한 입장에 놓겠다고 했다"며 "소설은 젠더보다는 계급에 관한 이야기지만, 영화는 식민주의를 더 많이 다뤘다"고 차이점을 설명했다.
워터스는 젊은 여성과 젊은 동성애자들이 박 감독의 '아가씨'를 좋아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핑거스미스'는 호기심 어린 눈길을 피하려는 여성을 위한 공간을 찾는 소설"이라며 "'아가씨'는 역설적으로 남성이 만든 영화지만, 여성이 자신의 욕망을 탐색하는 방법을 찾으려고 남성의 포르노그래피 전통을 빌려 쓴다는 생각에 여전히 매우 충실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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