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세월호 현장' 중국인 잠수 총감독 "여름에도 춥고 시야 흐려"

입력 2017-04-09 16:34  

[단독]'세월호 현장' 중국인 잠수 총감독 "여름에도 춥고 시야 흐려"

2015년 8월부터 작업 이끄는 진펑 상하이샐비지 잠수 총감독

(서울·목포=연합뉴스) 이 샘 장리리 김예나 기자 = 진도 바닷속에 잠겨있던 세월호를 통째로 끌어올리는 대작업이 성공한 이면에는 고된 작업을 묵묵히 견딘 현장 작업자들이 있었다.

세월호가 땅에 첫발을 내디딘 9일 인양 작업에 나섰던 중국 상하이샐비지 소속 잠수사들은 그제야 웃을 수 있었다. 2015년 8월 낯선 바다에서 작업한 지 20개월 만에 거둔 미소였다.

인양업체 상하이샐비지의 잠수 총감독인 진펑(金峰·51)씨는 9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그 동안 잠수를 6천여 차례 했고 잠수 시간이 3만여 시간에 달하지만 (세월호와 같은) 이런 작업은 처음"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잠수 경력 32년의 베테랑 잠수사다. 지난 2015년 처음 한국에 온 뒤 400일 넘게 진도 해역에 머무르며 100여 명 가까운 잠수사를 이끌며 수중 작업 등을 담당해왔다.


세월호 인양이 결정되자 정부는 2015년 8월 상하이샐비지와 인양 계약을 체결했다. 잔존유 제거, 유실방지, 선체 인양, 지정장소 접안, 육상 이송까지 연결되는 작업이었다.

계약 직후 회사는 세월호 침몰지점에 대형 바지선 두 척을 가져와 '해상 작업기지'를 구축하고 진펑씨 역시 잠수 총감독으로서 2015년 8월 12일 진도 앞바다에 첫발을 내디뎠다.

진펑 씨는 "처음 바다에 뛰어는 건 2015년 8월 13일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면서 "해수가 너무 차갑고 수질이 탁해서 시야 확보가 어려웠었다"면서 당시 작업 상황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기울어진 선체를 원래 상태 그대로 인양하는 것도, 열린 창문과 문마다 유실 방지망을 설치한 것도, 인양해서 반잠수선에 올린 것도 처음이었다"면서 그간의 어려움을 말했다.

세월호가 침몰한 인근은 유속이 워낙 빠른 데다 시야가 혼탁한 것으로 악명이 자자한 점도 난관이었다. 수심에 따라 조류 방향과 속도가 크게 달라져 베테랑 잠수사들도 고개를 여러 번 저었다.

진펑 씨는 "처음 잠수했을 때 세월호는 좌측으로 90도 정도 기울어진 상태였다"면서 "배가 이미 장시간 물속에 있었기에 부식이 많이 되었고 바다 생물들이 가득했다"고 설명했다.


작업 시간이 부족한 점은 늘 아쉬웠다. 밀물과 썰물의 수위 차가 가장 작은 소조기는 몹시 짧아 두어 시간 전부터 준비를 해야만 작업 속도를 올리고 효율을 낼 수 있었다.

30년 넘게 '물질'을 한 전문가였지만 세월호 인양은 진펑 씨에게도 낯선 경험이었다. 거대한 무게의 배를 기울어진 상태 그대로 통째 인양한다는 것이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다.

이런 작업을 해본 적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일반적으로 (배는) 물속에서 똑바로 세워 인양하는데 세월호는 기울어진 상태로 끌어 올리지 않았나, 이런 적은 처음이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바다는 여름에도 매우 추웠다"면서 "수질이 매우 탁해 시야 확보가 어려웠고 배 중앙부의 핀 안정기(Fin Stabilizer)를 절단하는 게 특히 어려웠다"고 강조했다.

물 속에 있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연장하기 위해서 잠수복에 따뜻한 물을 넣기도 했지만 작업은 쉽지 않았다. 바닥에 박힌 배를 빼려면 돌을 모두 없애야 했는데 작업은 고되었다.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물속에서 위험 상황은 때때로 찾아왔다. 2015년 10월에는 중국인 잠수사 L(43)씨가 뱃머리 쪽 프로펠러를 절단하는 작업 중에 폭발 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진펑 씨는 "잠수 작업이라는 게 원래 위험(리스크)이 큰 일"이라면서 "많은 잠수부가 허리 통증을 경험하며 작업 환경이 춥고 업무가 고강도라 감기에도 잘 걸린다"면서 씁쓸히 말했다.


일각에서는 상하이샐비지가 세월호 인양으로 인해 1천억원 넘는 적자를 봤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정확한 사실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안팎에서는 적자가 수백억원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앞서 장옌 부사장은 "(재정 적자에도 불구하고) 무조건 이 프로젝트를 마무리할 예정"이라면서 "모든 노력을 기울여 한국인에게 공헌하겠다"며 성공 의지를 불태운 바 있다.

400일 넘도록 바다 위에서 먹고 자면서 물속으로 뛰어들었던 진펑 씨 역시 다시 2015년으로 돌아가도 세월호 인양 작업에 참여할 것인지를 묻는 말에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세월호 인양 작업은 처음 시도한 작업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만약 제안이 들어온다면 할 것이고 반드시 성공할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우리는 분명 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ye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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