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중앙해양안전심판원, 특별조사부 구성
(세종=연합뉴스) 윤보람 기자 = 정부가 지난달 31일 남대서양에서 실종된 초대형 광탄선 '스텔라 데이지호'의 사고 경위를 밝히기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해양수산부 중앙해양안전심판원(해심원)은 스텔라 데이지호 실종과 관련한 특별조사부를 꾸리고 사고 원인 등에 관한 조사를 개시했다고 9일 밝혔다.
해심원 관계자는 "공식적인 조사는 기국주의 원칙에 따라 마셜제도가 하고 우리 정부는 협조하게 돼 있지만, 한국인 선원들이 승선했던 만큼 사고 경위를 자체적으로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해심원은 우선 스텔라 데이지호의 기본 선박 정보와 안전점검·수리 내역, 선적 기록 등을 토대로 서류 조사를 벌인다.
이어 생존한 필리핀 선원들이 한국에 들어오는 대로 사고 당시 상황에 관한 진술을 들을 예정이다.
스텔라 데이지호 소속 선사인 폴라리스쉬핑은 구조된 조기장, 갑판수 등 필리핀 선원 2명이 일단 고국인 필리핀으로 간 뒤 국내로 들어오는 방안을 추진 중이며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스텔라 데이지호의 사고 원인으로는 ▲ 유조선 개조로 인한 선박 결함 ▲ 선박 노후화에 따른 피로도 상승 ▲ 선적 과정에서의 오류 등이 거론된다.
1993년 일본에서 단일 선체 유조선으로 건조된 스텔라 데이지호는 폴라리스쉬핑이 사들여 2009년 1월 중국의 한 조선소에서 철광선 운반선으로 개조했다.
폴라리스쉬핑 측은 선체의 모든 강판과 중요 부품을 교체했다고 밝혔지만, 개조 뒤 8년 만에 침몰 사고가 일어난 데다 며칠 만에 또 다른 개조 광탄선인 '스텔라 유니콘호'가 선체 균열로 인해 긴급 대피하는 일이 발생하면서 개조 과정에서 문제가 있던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무거운 철광석을 싣는 광탄선은 다른 선종보다 선체 피로도가 큰 것으로 알려진다. 또 물에 닿으면 비중이 높아지는 철광석의 특성상 한번 물이 들어오면 무게가 급격히 상승해 균형을 잃기 쉽다.
선령이 25년으로 높은 편인 스텔라 데이지호가 선체 피로도가 누적된 상황에서 작은 파도에도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라고 보는 근거다.
일각에서는 선박 자체의 문제라기보다는 선적 과정이 잘못됐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선장 출신으로 유조선과 광탄선에 승선한 경험이 있는 김인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한국해법학회 회장)는 "유조선을 개조한 벌크선은 선창에 2개의 격벽을 두고 있어 하나의 선창으로 된 일반 광탄선보다 선체 강도가 세다"고 밝혔다.
또 2011년 신조 광탄선인 발레 베이징호에서 균열이 생겨 긴급 수리한 적이 있다고 언급하면서 "노후화가 반드시 사고 원인이라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광탄선은 1시간당 최대 2만5천t에 달하는 무거운 화물을 적재하기 때문에 선적할 때 한쪽으로 쏠림이 없도록 매우 조심해야 한다"며 "스텔라 데이지호의 경우 선적 시의 잘못을 배제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브라질, 미국 등에 협조를 요청해 스텔라 데이지호 실종 해역을 수색 중이지만 선원 24명(한국인 8명·필리핀인 16명) 중 필리핀인 2명을 구조한 뒤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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