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상당한 범위 개인정보 접근…'개인정보 자기결정권' 제한"
(성남=연합뉴스) 강영훈 기자 = 개인정보 침해를 우려, 회사 업무용 앱 설치를 거부했다가 징계를 받은 근로자가 소송을 내 법원으로부터 일부 승소 판결을 받아냈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민사2부(부장판사 김상호)는 KT 직원 이모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정직처분 무효확인 등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했다고 9일 밝혔다.
KT는 지난 2014년 무선통신의 품질을 측정하기 위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기반의 앱을 업그레이드하면서, 이씨를 포함한 업무지원단 소속 일부 직원에게 이 앱 설치를 지시했다.
그러나 앱 설치 과정에서 '앱이 언제든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앱은 전화번호, 휴대전화 일련번호, 통화 실행 여부, 통화가 연결된 전화번호 등을 알아낼 수 있다'는 등 12개 항목으로 된 공지가 반복됐다.
이씨는 개인정보 침해를 우려해 앱 설치를 거부하고, 이 업무를 하기 위한 별도의 단말기를 지급하거나 다른 업무에 배정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KT는 이 요청을 모두 거절했다.
이어 업무를 거부한 이씨에 대해 성실 의무 위반 등 사유로 2015년 5월 정직 1월의 징계를 내렸다.
징계 기간이 끝난 뒤인 같은 해 7월에는 다른 팀으로 전직 명령을 내렸다.
결국, 이씨는 정당한 사유 없이 징계가 이뤄졌다며 KT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이씨에게 내려진 징계 처분 및 전직 명령이 무효이며, KT가 이씨에게 임금 240만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 앱 실행을 위해서는 단말기 내 상당한 범위의 개인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이 요구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접근 권한의 요구는 원고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에 대한 제한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원고가 앱 설치를 거절해 업무 수행을 하지 못했다는 것만으로 성실 의무 위반이라는 징계 사유가 있다고 볼 수 없다"며 "또 이 사건 업무 지시의 필요성이 원고의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에 대한 제한의 불이익보다 더 크다고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kyh@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