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80년대 對中접근 '모란 구상' 추진…외교문서 공개

입력 2017-04-11 06:00   수정 2017-04-11 08:32

정부, 80년대 對中접근 '모란 구상' 추진…외교문서 공개

외교부, 86년도분 중심 30년 경과 외교문서 23만쪽 공개

北 아웅산 테러사건 담당 판사 딸 살해 의혹 韓정부가 포착

전두환 정권 '인권침해국' 낙인 지우려 유럽서 총력 외교전




(서울=연합뉴스) 통일외교부 = 동서 냉전이 막바지를 향하던 1980년대 한중관계와 북미관계를 동시에 풀어나가는 이른바 '모란' 구상이 한·미 주도로 추진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외교부는 이 같은 내용 등을 담은 30년 경과 외교문서(1986년도분 중심) 총 1천 474권(23만여 쪽)을 11일 공개했다.

1980년대 중반 북한이 소련으로부터 각종 신무기를 도입하는 등 북·소 관계가 부쩍 긴밀해지는 데 불안감을 느낀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 영향력을 키우려 하자 한·미는 그 기회에 한중관계와 북미관계를 동시에 개선하고자 '모란' 구상을 1986년 초부터 본격 추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정부 요인 포함 30여 명의 사상자(사망 20명)를 낸 북한 소행의 아웅산 사건(1983년 10월 9일) 이후 테러범들에게 사형선고를 내린 판사의 딸 피살사건에 북한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당시 우리 정부가 포착한 사실도 드러났다.

그런가 하면 전두환 정권은 아웅산 사건과 소련이 자행한 KAL기 피격 사건(이상 1983년 발생)과 관련한 추도 행사 등을 남북대화, 올림픽 성공 등의 명목 아래 축소 추진한 정황도 이번에 공개된 외교문서에서 파악됐다.

'단임(單任) 대통령'이 되겠다고 대외적으로 강조했던 전두환 전 대통령이 1986년 방한한 조지 슐츠 당시 미국 국무장관을 만나 단임 약속을 후회하는 듯한 발언을 내놓았던 사실도 새롭게 확인됐다.

더불어 쿠데타와 광주 민주화운동 유혈 진압 등 '원죄'를 안고 있던 전두환 정권은 '인권 침해국'이라는 낙인을 지우기 위해 유럽을 무대로 총력 외교전을 벌인 사실도 문서를 통해 상세히 드러났다.

이와 함께 1986년 '국시는 반공보다 통일' 발언을 한 신민당 유성환 의원의 구속을 막기 위해 미국 정부와 국회의원들이 나섰고, 당시 아칸소 주지사였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석방 탄원 서한을 우리 정부로 보낸 사실도 파악됐다.

재일동포들을 자기 진영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남북간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가운데 북한이 50년대부터 80년대까지 27년간 현재 환율 기준으로 약 3천500억 원에 달하는 교육자금을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선총련)에 보낸 사실도 확인됐다.

리비아의 독재자였던 고(故) 무아마르 카다피(1942∼2011) 집권시절 미국이 대 리비아 제재에 나서자 전두환 정권이 현지 진출한 건설업체가 받을 타격을 막기 위해 미국과 리비아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벌인 상황도 자세히 소개됐다.

공개된 외교문서의 원문은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외교사료관 '외교문서 열람실'에서 열람할 수 있다. 외교부는 올해 공개하는 외교문서의 골자를 명시한 요약본(해제)을 외교사료관 홈페이지(http://diplomaticarchives.mofa.go.kr)에 게재했다.


jh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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