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당국 자본해외유출 억제에도 M&A 박차…자금출처 의심 시선도
(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중국 하이난항공(HNA) 그룹이 지칠 줄 모르는 해외 기업 인수·합병(M&A) 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10일 파이낸셜 타임스(FT)에 따르면 HNA그룹은 지난 2년여 동안 400억 달러(약 45조6천억 원)가 넘는 자금을 동원해 해외 기업들을 사들였다.
HNA그룹은 최근에는 싱가포르의 물류기업 CWT를 쇼핑 목록에 새롭게 포함시켰다.
HNA그룹은 9일 CWT에 지분 전량을 인수하겠다는 방침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거래가 중단된 지난 6일 현재 CWT의 주가에 13%의 프리미엄을 얹은 주당 2.33 싱가포르달러(미화 1.66달러)를 지불하는 조건으로, 인수 총액은 약 14억 싱가포르달러(약 1조1천억원)다.
HNA그룹은 관광과 부동산개발을 주력 사업으로 삼고 있지만 외국 기업 인수를 통해 다양한 업종으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고 M&A 속도는 여타 중국 기업을 압도하고 있다.
FT가 딜로직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CWT 인수가 성공한다면 지난 28개월 동안 HNA그룹이 타결한 M&A 계약 규모는 400억 달러를 훌쩍 넘어선다.
HNA그룹이 사들인 유명 외국 기업으로는 미국의 항공기 리스 회사인 CIT(100억 달러). 세계적인 호텔 체인인 힐튼 월드 와이드(65억 달러), 전자제품 물류 회사인 인그램 마이크로(60억 달러) 등을 꼽을 수 있다.
HNA그룹은 올해 들어서도 기업사냥을 멈추지 않고 있다.
FT 분석에 따르면 HNA그룹은 스위스 면세점 업체인 듀프리, 미국의 경제전문지 포브스, 독일 지방은행 HSH노르트방크를 포함해 최소 10여건의 M&A에 관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의 지분을 4.7%로 확대하고 영국 보험회사 올드 뮤추얼이 소유한 미국 현지 자산운용회사의 지분 25%를 4억4천600만 달러를 취득하는가 하면 스위스의 광산 기업 글렌코어의 석유제품 비축·물류 사업부인 HG스토리지의 지분 51%를 7억7천500만 달러에 사들인 것 등이 HNA그룹이 올해에 거둔 성과물에 속한다.
FT는 그러나 노련한 금융인들과 중국 관측통들은 HNA그룹이 이처럼 신속하게 덩치를 불리고 있는데 우려하면서 인수 자금의 출처에 대해 의문을 표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부터 중국 정부가 자본의 해외 유출을 적극적으로 차단하고 있는 데도 HNA그룹의 기업사냥에는 가속도가 붙고 있다는 것이 의문스럽다는 지적이다.
HNA그룹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는 인사들은 그러나 HNA그룹이 무턱대고 기업을 인수하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그들은 분별있는 바이어이며 과다한 금액을 지불하는 것은 결코 중국식 거래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jsm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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