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필리핀에서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의 '마약과의 2차 유혈전쟁' 이후 하루 평균 2명 이상의 마약용의자가 경찰의 총에 맞아 죽는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일간 필리핀스타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필리핀 경찰청은 지난 3월 1일부터 38일간 최소 92명의 마약용의자가 경찰의 단속 과정에서 사살된 것으로 집계했다.
일평균 2.4명이 숨진 것이다. 자경단이나 정체를 알 수 없는 괴한에 의해 피살된 마약용의자를 포함하면 인명 피해는 더 큰 것으로 추정된다.
현지 경찰은 마약단속 경찰관에 의한 한국인 사업가 납치·살해 사건을 계기로 부패경찰을 정화하라는 두테르테 대통령 지시에 따라 지난 1월 말 마약단속을 중단, 조직을 정비하고 3월부터 재개했다.
작년 6월 말 두테르테 대통령 취임 이후 8개월여간 6천∼7천 명의 마약용의자가 경찰이나 자경단 등에 의해 사살된 것으로 현지 언론들이 경찰을 인용하거나 자체 집계해 보도했다.
그러나 로널드 델라로사 경찰청장은 이들 사망자의 20%가량만 마약 사범이라며 언론과 인권단체들이 언급한 관련 수치가 부정확하다고 반박했다.
인권단체들이 초법적 처형을 일삼는 마약 유혈소탕전의 중단을 촉구하고 있지만 두테르테 대통령은 "마지막 마약사범이 죽거나 감옥에 갈 때까지 멈추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편 중국에 이어 일본도 두테르테 대통령의 마약척결 정책 지원에 나섰다.
일본 정부는 최근 필리핀 보건부에 마약중독자 재활센터 시설 보수와 치료 지원 비용으로 18억5천만 엔(약 190억 원)을 기부했다.
작년 11월에는 중국 부동산 재벌의 지원으로 마약중독자 1만 명을 수용할 수 있는 초대형 재활센터가 필리핀 북부지역에 건설됐다.
중국과 일본이 미국이나 유럽연합(EU)과 달리 두테르테 대통령의 마약 유혈전쟁에 대한 비판을 삼가며 측면 지원하는 것은 필리핀을 우군으로 끌어들이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kms1234@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