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강구도'에 절박해진 洪·劉…단일화는 '산넘어 산'(종합)

입력 2017-04-10 18:44   수정 2017-04-10 18:45

'양강구도'에 절박해진 洪·劉…단일화는 '산넘어 산'(종합)

겉으로는 으르렁…물밑에선 "흩어지면 죽는다" 의견 오가

"지지율 답보 상태선 어려울 것"…단일화 조건·방식도 관건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의 '범보수 후보 단일화' 협상은 지지율이 답보 상태인 양측에 마지막이자 유일한 돌파구로 여겨진다.

한국당 홍준표·바른정당 유승민 후보 입장에선 한 달 앞둔 대선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의 양자구도로 굳어지는 게 최악의 상황이다.

한국당의 한 고위 당직자는 10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대로 흩어져 있으면 홍준표든 유승민이든 힘 한번 제대로 못 써보고 죽는다"고 우려했다.

따라서 판세를 '양강구도'에서 다자구도로 바꾸는 게 양측으로선 급선무다. 보수층에 '새로운 대안'으로 인식돼야 안 후보에 흘러간 보수층 지지를 탈환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실적 수단으로 거론되는 게 후보 단일화다. 한국당은 바른정당은 물론 최근 '태극기 부대'를 주축으로 만들어진 새누리당과도 힘을 합치겠다는 입장이다.

이철우 총괄선거대책본부장은 선대위 회의에서 "새누리당과 바른정당은 모두 함께 가야 할 세력"이라며 "우리가 똘똘 뭉치면 (보수 우파가) 돌아온다"고 말했다.

규모나 지지율 면에서 앞선 한국당이 바른정당을 설득하는 게 일차 수순이다. 한국당은 "이대로는 둘 다 망한다"는 압박성 메시지를 거듭 보내고 있다.


그러나 바른정당과 유 후보의 '백기투항'을 받아낼 만큼 힘의 차이가 압도적이지 않다는 게 문제다.

선거의 승패를 떠나 중도 사퇴는 바른정당, 특히 유 후보에게 정치적인 치명타가 될 수 있다. 이를 감수할 이유가 없다는 게 바른정당 내 기류다.

유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홍 후보는) 재판을 받는 무자격 후보다. 꼼수와 막말로 보수를 대표할 인격이나 품격이 전혀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제 갈 길을 그냥 가겠다"며 '자강론'을 거듭 강조했다. 안 후보는 물론 홍 후보와도 단일화할 생각이 없다고 선을 그은 셈이다.

이 같은 현실적 문제와 유 후보의 원칙론이 양당 중진 의원급 사이에 오가는 단일화 논의에서 가장 큰 난제다.

바른정당의 한 중진 의원은 "유 후보 지지율이 낮지만, 홍 후보도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며 "합쳐서 이길 가능성이 보여야 합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홍 후보도 기자들과 만나 "집안 단속하다가 선거가 끝나버린다. 지금 집안 단속할 시간도 없고, 각자 알아서 판단할 문제"라며 단일화에 다소 거리를 뒀다.

단일화 방정식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요인은 대선 이후다. 합당할 경우 예상되는 당권 경쟁, 내년 지방선거 공천권 등이 얽혀있다.

지역 조직책들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는 지역구 의원들은 상대 당을 맹공할 수밖에 없는 까닭이기도 하다.

홍 후보는 전날 바른정당을 두고 "안 들어오면 증발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바른정당은 논평에서 "당장 후보직을 사퇴하고 학교에 가시길 바란다"고 맞받았다.

어렵사리 단일화에 합의하더라도 조건과 방식이 문제일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박(친박근혜)계 인적 청산을 놓고 양측은 이미 이견을 드러낸 바 있다.

단일화를 추진할 경우 여론조사로 할지, 후보 간 담판으로 할지는 양측 지지율 격차에 달렸다. 여론조사도 양자 조사냐, 다자 조사냐로 의견이 갈릴 수 있다.

한국당 윤상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화급한 시기에 바른정당이 후보 단일화에 전제 조건을 제시하는 것은 '연대를 하지 않겠다'는 명분 쌓기"라고 지적했다.

바른정당 이상곤 수석부대변인은 "전제 조건은커녕 단일화를 제시한 적도 없다"며 "단일화 좀 해달라고 바짓가랑이 붙잡고 늘어지는 쪽은 홍 후보"라고 반박했다.


zhe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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