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가 검을수록 취업을 못하는 게 현실"
고민하는 '인도주의 초강대국'…사회통합 강화 vs 이민규제
(서울=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 스웨덴에서 미등록 이주민이 저지른 테러 때문에 사회통합에 실패했다는 반성이 나오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개방과 이주민 포용 덕분에 '인도주의 초강대국'으로 불리는 스웨덴에서 불법 체류자의 불만 폭발을 막지 못한 원인을 스스로 살피려는 움직임이다.
지난 7일 스웨덴 스톡홀름의 최대 번화가 드로트닝가에서는 트럭돌진 테러가 발생해 최소 4명이 숨지고 15명이 다쳤다.
테러범은 작년에 영주권 신청이 거부돼 추방 대상자로 있다가 잠적해 이슬람 극단주의에 빠져든 우즈베키스탄 출신 남성으로 밝혀졌다.
이런 사실이 전해지자 스웨덴에서는 사회통합에 실패했다는 진단이 나오고 있다.
스웨덴이 유럽에서 다른 어떤 국가보다 국민 1인당 난민 수용률이 높지만 그 여파로 인종갈등, 소득 불평등, 배타적 포퓰리즘 득세 등을 겪는 것은 사실이다.
에릭 벨프라지 전 SEB은행 부회장은 "스웨덴 모델이 그렇게 개방적이지 않고 관대하지도 않다"고 자책하듯 상황을 진단했다.
벨프라지 회장은 "피부가 검을수록 일자리를 얻는 데 어려움이 큰 것이 현실"이라고 강조했다.
정치계에서도 반성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스웨덴 야당인 온건당의 킨베리 바트라 대표는 "어떤 사람이 어디에서 오든 간에 사회통합에 공을 들여 모두 스웨덴 사회에 들어올 길을 찾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차량돌진 테러는 범인의 인종이나 난민인지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바트라 대표는 "이번 사건은 이민이 아닌 폭력의 문제"라며 "폭력이 승리하도록 내버려둬서는 안 되고 누구도 이 사건을 정치적으로 이용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민자 반대를 당론으로 삼고 있는 스웨덴 민주당은 이미 이번 테러를 일반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리처드 좀쇼프 민주당 사무총장은 "스웨덴은 조화로운 국가였으나 안보 문제가 계속 불거지면 우리의 가치, 개방된 사회가 파괴될 것"이라고 말했다.
FT는 스웨덴이 이번 테러가 발생하기 전부터 이미 개방 기조에 변화를 겪고 있었다고 보도했다.
유럽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난민사태를 직면한 2015년 이후 이민규제를 강화하기 시작했다.
수용한 난민의 수는 2015년 16만3천명에서 작년에 3만명까지 떨어졌고 최근에는 법질서 강화, 범죄와의 전쟁, 치안 유지를 강조하는 의제도 등장하고 있다.
jangj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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