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미술관서 윤동천 개인전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이정미 전 헌법재판관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을 선고하던 날, 머리에 꽂고 출근해 화제가 됐던 '헤어롤'이 미술작품이 됐다.
또 세월호 참사를 상징하는 노란색 리본과 부엌에서 사용하는 수세미 등 일상의 오브제들도 미술작품으로 변모했다.
'일상'이라는 주제에 천착해 온 윤동천(60) 서울대 미대 교수가 종로구 금호미술관에서 12일부터 여는 개인전 '일상_의'(Ordinary)에서 내놓은 작품들이다.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일상을 표현한 그는 이번 전시에서 사회적 함의를 담고 있는 물품과 일상생활에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사물을 주제로 한 회화, 사진, 드로잉, 영상 등 200여 점을 선보인다. 그중 대부분이 올해 완성한 신작이다.
10일 열린 간담회에서 작가는 "우리는 고정관념을 갖고 사물을 대하지만, 세상을 어린아이처럼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헤어롤과 세월호 리본, 수세미, 변기에 사용되는 스테인리스 볼 등으로 만든 입체 작품은 3층에 전시됐다. 그는 숟가락, 철사 등을 활용한 작품에 '이것이 바로', '공사장 부기우기' 등 그럴듯한 제목을 붙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누리 금호미술관 큐레이터는 "작가가 유머와 풍자를 담아 완성한 작품들로, 예술이 난해하지 않다는 사실을 알려준다"고 설명했다.
미술관 2층은 회화 작품으로 꾸며졌다. 그림의 소재는 헌 양말, 구겨진 천, 마구 뒤엉킨 고무줄처럼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사물이다.
1층과 지하 1층에서는 주로 사진 작품을 볼 수 있다. 1층에는 이산가족 찾기 생방송, 정주영 현대 회장의 소떼 방북 등 1980∼2000년대의 중요 사건을 사진으로 보여주는 '위대한 퍼포먼스' 연작과 검은 바탕에 흰색 점을 무수하게 찍은 그림 '위대한 퍼포먼스_촛불시위'가 걸렸다.
지하 1층에서는 경기도 양평에 있는 작가의 작업실을 촬영한 흑백사진들과 작가가 60여 명을 대상으로 감동적 순간, 힘들었던 순간, 일하는 이유를 질문한 뒤 받은 답변을 편집한 동영상 '질문 세 가지'를 감상할 수 있다.
한누리 큐레이터는 "이번 전시를 통해 예술과 일상이 하나가 될 수 있다는 사실과 동시대에 대한 작가의 성찰적 태도를 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전시는 5월 14일까지 이어진다. 문의 ☎ 02-720-5114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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