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폭 당시 콥트 교황 교회 안에 있었으나 안 다쳐
(카이로=연합뉴스) 한상용 특파원 = 이집트 제2의 도시 알렉산드리아 콥트교회에서 발생한 폭탄 테러 당시 한 경찰관이 자폭범의 진입을 저지해 더 큰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고 중동 현지 언론이 10일 보도했다.
아랍권 위성매체 알아라비야와 일간 알아흐람 등에 따르면 9일 오전 알렉산드리아 만시야 지역의 '세인트 마크' 교회에서는 부활절 직전 일요일에 여는 '종려 주일'(Palm Sunday) 예배가 진행되고 있었다.
이 교회 안에서는 당시 콥트교 신도 수백 명이 머물고 있었다.
이집트 콥트교 교황인 타와드로스 2세도 이 교회에서 예배를 보던 중이었다.
이때 어깨에 파란색 스웨터를 걸친 한 수상한 남성이 이 교회 건물 밖 정문 앞에 도착했다.
당시 교회 경비를 담당하던 경찰관 이마드 엘라키비는 즉각 이 남성의 출입을 막아섰다. 엘라키비는 이 남성에게 근처에 있는 금속탐지기를 통과하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이 남성은 교회 바깥에서 자신이 착용하고 있던 폭탄 조끼를 터뜨렸다.
이집트 보안 당국의 한 관계자는 "그 공격 순간 교회 안에서는 (콥트교) 교황과 대주교도 있었는데 다행히 다치지 않았다"며 "그 범인은 내부 진입이 좌절되자 교회 바깥에서 스스로 자폭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폭발 여파로 엘라키비를 포함해 경찰관 3명 등 18명이 목숨을 잃고 40명이 다쳤다.
알아라비야 매체는 당시 범인의 모습이 담긴 CCTV 화면을 보여주며 "이 경찰관이 없었다면 훨씬 더 큰 참사가 일어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같은 날 오전 수도 카이로에서 북쪽으로 120km 떨어진 나일델타 가르비야주의 주도 탄타 시내에 있는 '마르 기르기스' 콥트교회에서도 폭탄이 터져 27명이 숨지고 70여명이 부상했다. 이 교회에서는 예배 도중 실내에서 폭탄이 터져 인명 피해가 컸다.
두 폭탄 공격에 따른 사망자는 지금까지 최소 45명으로 잠정 집계됐다.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이 사건 직후 3개월간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gogo21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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