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과제]④"작은 청와대로"…책임내각이 국정의 중추

입력 2017-04-12 07:00  

[새 정부 과제]④"작은 청와대로"…책임내각이 국정의 중추

청와대가 내각위에 군림하는 '톱다운'형 국정운영 바꿔야

靑비서실은 대통령과 내각 징검다리되고 내각 권한 강화해야

"국무회의서 의사결정해야…비서진은 대통령에게 민심 전달 역할"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5·9 '장미대선'을 통해 집권하는 새 대통령의 당면 과제 중 하나는 비대해진 청와대의 권력과 기능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일이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거치면서 우리 정치의 가장 큰 병폐로 지목된 제왕적 대통령제를 해소하기 위한 첫 단추로 대통령 비서실에 대한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선 전 개헌 불발로 분권형 대통령제 도입이 일단 무산된 만큼 현행 헌법 안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제도적 보완 장치가 바로 청와대 개혁이라는 데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개혁 논의의 출발점은 박근혜 정부에서 10명의 수석비서관을 위시한 청와대 비서진이 내각 위에 군림하면서 대통령 지시를 일방적으로 하달하고 부처를 컨트롤하는 것은 물론 일개 사인(私人)에 불과한 최순실 씨의 비정상적인 국정 개입마저 방치했다는 현실이다.






미르·K스포츠 재단에 대한 대기업 강제모금 의혹, 국민연금공단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 과정, 우병우 전 민정수석의 '최순실 국정농단' 묵인·방조 의혹 등에서 불거진 박근혜 정권 참모들의 일탈 행위는 대통령 탄핵으로 치닫는 최악의 상황을 차단하지 못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비대해진 청와대의 조직·기능과 권력을 대폭 슬림화(化)하고 국무총리와 장관 등 내각에 실질적인 권한을 위임해 국정 운영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여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학계 전문가들은 청와대에서 우선으로 폐지 또는 축소해야 할 조직으로는 민정수석실과 인사수석실을 꼽았다. 사정기관 통제와 과도한 인사권 행사라는 두 조직의 역할이 오직 정권의 권력유지를 위해서만 기능해 부패의 온상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장관들에게 인사권을 충분히 주면 인사수석은 필요가 없다. 차관 정도는 대통령이 임명하더라도 실국장급 실무자와 공기업 인사까지 청와대가 휘어잡는 것은 '낙하산 인사'로 귀결된다"고 지적했다.






정무수석 역시 대통령이 여당을 장악하려는 목적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없애고 미국처럼 대통령이 직접 국회와 소통하는 관행을 정착시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전문성이 필요한 외교·안보 기능을 중심으로 청와대를 축소하고, 대신 국가적 현안에 관해 필요할 때마다 전문가들의 자문을 받는 '특보 시스템'을 강화해야 한다고 김 교수는 제안했다.

그는 "대통령이 다루기 편한 사람에게 특보 자리를 주는 게 아니라 국가적으로 필요한 현안이 나오면 최고의 전문가를 '스페셜 어드바이저'로 기용해 전문성을 발휘하게 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물론 민정·인사·정무수석 폐지론이 능사가 아니다는 반론도 정치권에서 흘러나온다. 대통령 친·인척 관리와 공직자 사정 업무, 정무직 인사의 검증과 추천, 원활한 당청관계와 대야관계 구축 등을 위해 관련 수석실의 업무와 기능을 합리적으로 재조정하면 된다는 주장이다.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지시를 내리는 '톱다운'(Top-Down·하향식)식 의사결정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것은 공통된 제언이다.

양승함 연세대 명예교수는 "청와대는 의사결정기관이 아니다. 대통령은 비서진의 이야기를 들은 뒤 그것을 참고삼아 국무회의에서 장관들과 함께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며 국무회의의 정책심의 및 의결 기능을 정상화할 것을 주문했다.

김 교수는 "이 정부에서 가장 잘못한 것은 대통령이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와 국무회의를 혼동한 것"이라면서 "수석비서관회의는 대통령이 경청해야 하는 자리인데 본인이 끊임없이 이야기한 것은 내각을 통제하라는 뜻 아니냐"라고 지적했다.






용인대 최창렬 교수도 "대통령 비서실은 대통령과 내각의 징검다리 역할을 해야 한다"며 "비서실장뿐만 아니라 비서관들도 대통령과 직접 접촉해 분야별 민심을 가감 없이 전달하도록 해야 한다"고 언급, 대통령 비서실이 내각과 별도로 '민심 전달'의 창구가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별도로 '책임총리제', '책임장관제'를 보장해 내각이 청와대에 휘둘리지 않도록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최 교수는 "지금은 장관들이 총리가 아닌 비서관의 눈치를 본다. 그것이 '우병우 권력농단'을 가능하게 했던 원인"이라며 "총리에게 헌법에 따른 내각 결성권과 해임권을 행사하게 해 행정부를 정상 운영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본관 또는 관저에서 비서진이 근무하는 위민관이 500m 이상 떨어져 물리적으로 소통하기 어려운 구조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960년 대통령의 기밀사항에 관한 사무와 의전 역할을 위해 설치된 대통령 비서실이 제6공화국 이후 비대해진 권력기관이라는 오명을 벗고 차기 정부에서 제 모습을 찾을지 주목된다.

firstcircl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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