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 구조조정 방안보다 손실 1.3조 증가
손실률은 회사채 투자자가 90%로 최대…산은은 33.8%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박초롱 기자 = 대우조선해양[042660] 채무 재조정 안을 두고 산업은행과 국민연금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대우조선이 단기 법정관리인 P플랜(Pre-packaged Plan)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P플랜에 돌입하면 법원 주도의 강도 높은 채무 재조정이 진행돼 금융권 손실 예상액은 4조4천억원으로 늘어난다. 자율적 구조조정시에는 3조1천억원으로 추산됐다.
손실액으로 따지면 수출입은행이 1조5천억원으로 가장 많고 국민연금 등 회사채가 1조3천500억원, 시중은행은 9천억원이다.
그러나 채권액 대비 손실률을 따지면 회사채 투자자는 원금의 90%를 까먹게 돼 손실률이 가장 높다. 대주주인 산업은행 손실률은 33.8%다.
산은과 금융당국은 P플랜에 들어가더라도 대우조선에 3조3천억원 이상을 신규 투입해 짓던 배를 완성해 내보내고, 발주 취소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P플랜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이기 때문에 발주 취소 물량과 수주에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될지 가늠하기도 어렵다.
◇ P플랜시 금융기관 손실 4조3천815억원…채권 회수율 43.4%
산업은행은 17∼18일 열리는 대우조선 사채권자 집회가 한 회차라도 부결이 되면 채권단·금융당국과 협의해 4월 회사채 만기일인 21일 전후로 P플랜에 들어갈 계획이다.
산업은행은 대우조선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한 시점부터 이미 P플랜을 대비한 서류 작업에 들어가 현재 준비를 사실상 끝마쳤다.
정용석 산은 부행장이 전날 기자 간담회에서 밝힌 표현에 따르면 "회생계획안이 90%가량 진척"된 상태다.산은은 금융당국, 법원과 태스크포스를 꾸려 P플랜 제도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 만큼 최대한 빨리 회생 절차를 마무리할 방침이다.
P플랜에 들어가면 모든 채권자의 공평한 손실 분담 원칙에 따라 청산가치를 초과하는 무담보 채권은 전액 출자전환된다.
자율적인 구조조정 방안보다 손실이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산은이 주장한 이유다.
대우조선의 재무 실사를 진행한 삼정회계법인에 따르면 P플랜 상황에서 재조정 대상 채권액 7조7천362억원 중 4조3천815억원이 손실이 나 회수율은 43.4%에 그친다.
자율적 구조조정에서 손실 규모는 3조1천478억원, 채권 회수율이 53.2%로 추정되는 것과 비교하면 손실은 1조2천337억원이 늘어나고 회수율은 9.8%포인트 떨어진다.
금융기관별로 보면 P플랜 시 산업은행은 담보 채권을 상당 부분 보유한 덕분에 회수율이 66.2%로 상대적으로 양호하다. 수출입은행도 회수율이 53.0%로 나은 편이다.
하지만 국내은행은 20.6%에 그쳤고, 무담보 채권인 회사채·기업어음(CP)은 10.0%에 불과했다.
자율적 조정 때와 비교했을 때 회사채·CP의 회수율 낙폭이 가장 컸다. 50%에서 40%포인트나 떨어졌다.
손실 규모는 수출입은행이 1조5천670억원으로 가장 컸다. 이어 회사채·CP(1조3천500억원), 국내은행(8천888억원), 산은(5천757억원) 순이었다.
P플랜이 불발돼 대우조선이 청산하게 되면 이마저도 건지기 어려워진다. 청산 시 대우조선 채권의 회수율은 23.6%까지 떨어지는 것으로 추정됐다.
금융기관별 회수율은 산은 38.6%, 수은 22.8%, 국내은행 10.1%, 회사채·CP는 6.6%로 예상됐다.
◇ 가보지 않은 길…발주 취소 규모 예측 어려워
산은과 수은은 대우조선이 P플랜에 들어가면 3조3천억원+α(알파)의 유동성 지원을 할 계획이다.
이 자금은 철강업체 등에 상거래채무를 갚고, 원자재를 구매하는 등 선박 건조 공정이 중단되는 것을 막는 데 쓰인다.
P플랜은 사전회생계획안을 미리 짠 뒤 법정관리 기간에 채무조정을 시켜 빠르게 졸업시키는 구조여서 회생 가능성이 커지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 또한 일종의 법정관리이기 때문에 해외 선주들이 신규 선박 발주를 꺼리게 되고, 이로 인해 대우조선의 부족자금은 더 커지게 된다.
가장 큰 문제가 P플랜 돌입 시 예상되는 계약 취소다.
산은과 금융당국은 P플랜 때 계약 취소 가능성이 큰 선박은 지난해 말 기준 전체 수주 잔량 114척 중 8척 정도인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가운데는 경영난에 빠져 발주한 선박을 가져가지 못하는 앙골라 국영 석유회사 소난골과 파산 위기에 몰린 노르웨이 해양시추업체 시드릴이 발주한 드릴십 4척이 포함돼 있다.
발주 취소 가능성이 있는 선박은 모두 40척이지만 발주처가 건조 의지를 표하고 있는 선박을 제외하면 취소 규모가 8척 정도로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대우조선은 발주처를 설득해 나머지 선박은 최대한 인도해 내보낸다는 계획이지만 8척 이상의 발주 취소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조선업황이 좋지 않은 데다 국제유가 역시 오를 조짐이 보이지 않아 대우조선이 P플랜 돌입 이후 신규 수주를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발주 취소 규모가 늘어나고, 신규 수주도 제대로 되지 않으면 대우조선은 더 큰 폭으로 인력 감축을 할 수밖에 없다. 협력업체와 지역경제 피해도 함께 커진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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