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 선생 만든 창작실 출신 해외작가 수상 잇따라
(원주=연합뉴스) 류일형 기자 = 한국이 낳은 문호 고 박경리(1926~2008) 선생이 국내외 문인과 예술인들의 창작활동 지원을 위해 설립한 강원도 원주시 흥업면 매지리 소재 토지문화관에 최근 2통의 낭보가 날아들었다.
2016년 스페인 문화활동국립협회(AC/E)와 토지문화재단의 작가 교환 레지던스사업으로 지난해 9~10월 두달간 토지문화관 창작실에 머물며 창작활동을 하고 돌아간 스페인 첫 교환작가 누리아 바리오스(Nuria Barrios·여·54)가 제7회 에르마노스 마치도 시문학상(Poesia Hermanos Machado)을 수상했다고 알려왔다.
에르마노스 마치도 시문학상은 세비야문화예술협회와 호세 마누엘 라라 재단이 공동으로 수여하는 문학상으로, 수상자는 4천유로(480여만원)의 상금과 함께 부상으로 수상대상작품이 세비야문화예술협회에서 펴내는 밴달리아 시집 시리즈로 출간되는 특전을 받는다.
이번 심사는 총 308개의 시집을 대상으로 이뤄졌으며, 최종심에 오른 20개의 작품 중 누리아 바리오스가 토지문화관 창작실에서 쓴 '발전기 불빛'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누리아 바리오스는 "이 수상과 출간은 내게 매우 큰 영광이다. 이 시집의 많은 부분이 토지문화관 창작실에서 쓰였고, 지금 내 책상엔 박경리 작가의 사진을 담은 작은 액자가 놓여 있다"고 소감을 보내왔다.
그녀는 또 "과거에 한 번도 한국을 방문한 적도 없고 한국말도 할 줄 몰랐지만, 박경리에 관해 읽은 글 가운데 '그의 생명철학과 작품의 뿌리는 자연에 대한 이해에 근원을 두고 있다'는 문구가 매우 매력적이었다"고 회상했다.
2007년 토지문화관 창작실에서 창작활동을 했던 러시아 작가 드미트리 노비코프(Dmitry Novikov)도 당시 토지문화관에서 쓴 장편소설 '해양 불꽃'이 러시아 잡지 '에타지'에 게재됐고, 이 소설이 2017년 '러시아 국가 베스트셀러'에 포함돼 출간하게 됐다고 알려왔다.
2001년에 제정된 러시아 국가 베스트셀러는 당해년도 러시아어로 쓰인 작품을 대상으로 추천을 받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배심원의 심사를 받아 시상하는 상이다.
또한 2015년 창작실에 입주했던 전윤호(52) 시인도 지난달 24일 토지문화관에서 쓴 시들이 수록된 시집 '천사들의 나라'로 한국시인협회의 2017년 제12회 '젊은시인상'을 수상했다고 알려왔다.
박경리 선생은 강원도 원주의 조용한 숲 속 공간에서 국내외 문인과 예술인들이 모여 창작활동을 하고 문학과 예술의 미래를 모색하게 하자는 취지로 1999년 자신이 말년에 창작활동을 한 원주시 흥업면 매지리에 토지문화관을 세웠다.
토지문화관은 2001년부터 내국인 문인 창작실을 시범 운영하고 2004년에는 예술가 창작실, 2007년 해외작가 창작실로 대상을 넓혀 '한국 문학의 인큐베이터'로 불리고 있다.
지난 한 해 토지문화관 창작실을 거쳐 간 내국인 문인이 45명, 예술가 22명이었으며 해외작가가 8명이었다.
ryu62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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