췌장암 생존기간 50% 늘릴 획기적 치료법 발견

입력 2017-04-11 14:16  

췌장암 생존기간 50% 늘릴 획기적 치료법 발견

호주 연구팀 "값싼 약으로 주변 조직 먼저 처치 후 암세포 공격이 효과"




(서울=연합뉴스) 최병국 기자 = 탤런트 김영애 씨가 투병 중에도 연기혼을 불태우다 끝내 사망하며 추모 분위기 속 췌장암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췌장암은 조기진단이 어렵고 생존률이 매우 낮은 암이다. 암 종류와 발견 시기 등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진단 후 5년 생존률은 평균 7% 안팎으로 매우 낮다.

과학자들의 노력과 의학 발전에도 불구하고 다른 암들과 달리 췌장암 생존률은 지난 20년간 0.7%포인트 높아진 데 불과하며 발생률은 점점 늘어나고 있다.

11일 의학 매체 메디컬익스프레스 등에 따르면, 호주 연구팀이 췌장암 환자의 생존 기간을 50% 가량 높이고 암 진전이나 다른 부위로의 전이까지 상당히 늦출 수 있는 획기적 치료법을 발견했다.

호주 20여 개 기관이 공동 참여한 연구팀은 먼저 '파수딜'(Fasudil)이라는 약물로 3일 동안 암세포 주변 조직을 공격한 뒤에 기존의 표준 암 치료약물로 암세포를 겨냥하는 순차적 치료가 매우 효과적임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쥐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생체실험에서 생존시간이 평균 47% 늘어났으며, 췌장암 환자의 암세포조직을 이용한 실험실 연구에서도 성공적인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다.

췌장암 같은 고형암의 경우 암세포를 둘러싼 기질(基質 ; stroma) 부위가 딱딱해져 암세포로 약물이 침투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다.

그러나 파수딜을 먼저 투여하면 기질이 부드러워져 항암제가 암세포로 더 잘 전달되고 주변 미세혈관의 누수성도 더 커져 암의 진전이 느려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 방식의 순차치료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치료 결과는 최대화할 수 있으며 개개인별 치료시기를 세밀하게 조정할 수도 있는 장점이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특히 현재 뇌졸중 치료 등에 사용되는 약물인 파수딜은 특허가 만료된 것이고 가격이 싸기 때문에 임상에서 사용하기 좋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약물로 암세포를 직접 겨냥하는 것과 주변 조직을 공격하는 것 가운데 어떤 방식이 더 좋은지에 대한 논란이 오래전부터 있었으나 이번에 실험적 연구방식을 통해 순차치료의 효과를 처음으로 분명히 확인했다고 밝혔다.

살아 있는 동물 내부에서 췌장암세포를 직접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첨단 생체 내 현미경 기술을 이용, 순차적 치료로 암과 주변 기저의 성질을 바꾸는 것과 주변 혈관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실시간 3차원 영상으로 확인했다는 것이다.

특히 환자들의 암세포 표본들을 이용, 암 종별로 순차치료 효과에 대한 반응을 예측할 수 있는 암 조직 자동분석 방법도 개발했다. 연구팀은 "많은 기저에 둘러싸인 암, 혈관이 많이 분포한 암 같은 고약한 종류에 순차치료가 가장 잘 듣는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을 이끈 폴 팀슨 박사는 생쥐 생체는 물론 인간 암세포 실험실 내 시험에서도 뛰어난 효과가 있었기 때문에 곧 실시할 인체 임상시험에서도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있다며 다른 고형암들에도 이 순차치료가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학술지 '사이언스 중개의학'(Science Translational Medicine)에 실렸다.






choib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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