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과장' 종영 인터뷰…"실제 '인간 남궁민'은 정말 재미없는 사람"
(서울=연합뉴스) 이정현 기자 = "실제로 그렇게 웃기냐고요? '인간 남궁민'은 정말 재미가 없어요. 쇼 프로그램에도 많이 나가고 싶은데 제가 예전에 나왔던 걸 모니터링해보면 헛소리만 하고 있더라고요. 하하"
수목극 시청률 1위로 화려하게 퇴장한 KBS 2TV '김과장'에서 주인공 김성룡 과장을 완벽하게 표현해 극찬을 받은 배우 남궁민(39)은 이렇게 말했다. 극 중 '똘끼' 다분했던 김성룡을 표현하기 위해 노랗게 물들였던 머리카락도 차분한 검은색으로 돌아와 있었다.
실제 성격은 김과장과 전혀 다르다는 남궁민이 '티똘이(TQ그룹 똘아이)'를 완벽하게 구현해낸 건 역시나 부단한 노력 덕분이었다.
남궁민은 12일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가진 '김과장' 종영 기념 인터뷰에서 "드라마 시작한 지난 연말부터 끝나는 날까지 단 하루도 쉬지 못했다"며 "게다가 이때까지 했던 캐릭터 중에 이렇게 말을 많이 하는 캐릭터가 처음이어서 대본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과장 캐릭터가 저와 너무 달라서 사실 좀 고생을 했다"며 "조금만 방심해도 원래 남궁민의 습성들이 나와버리니까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남궁민은 김과장을 제대로 표현해내기 위해 머리는 물론 목소리 톤과 말투까지도 끊임없이 갈고 닦았다고 전했다.
그는 "원래 목소리는 저음인데 이번에는 성대에 힘을 많이 주고 톤에도 피치를 많이 올렸다"며 "그러다가 중간에 감정이 들어가는 신에서는 저음으로 좀 낮추려 했는데 생각보다 감정 신이 많이 안 나오더라"고 설명했다.
이번 드라마에선 서율 이사를 연기한 이준호와의 브로맨스가 단연 화제였다.
남궁민은 이준호와의 '뽀뽀신'에 대해 "원래 애드리브가 과한 걸 안 좋아하지만 작가의 대본 내에서 좋은 양념을 더 하는 이런 애드리브는 좋다"며 저보다 어린 PD가 '형님 입술이 안 닿았습니다' 해서 세 번인가 찍었다. 연말 '베스트 커플상'을 꼭 받고 싶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남궁민은 또 극 중 가장 속 시원했던 장면으로 김과장이 "암행 티똘이 출두요"를 외치면서 엔딩을 맞는 컷을 꼽았다.
그는 "그 장면을 찍을 때가 새벽 4시였고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답답했는데 딱 한 테이크 만에 성공했다"며 "카메라의 움직임, 제 표정, 그리고 이어지는 만화 컷까지 느낌이 잘 살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초반에 회장 아들인 명석(동하 분)이가 경리부 직원들에게 '갑질'을 할 때 김과장이 '뭐 이 새끼야'라고 말을 던진 부분에서도 통쾌함을 느꼈다"고 덧붙였다.
본인 주장대로라면 원래는 웃기지 않는 그지만 촬영장에선 그의 익살스러움 때문에 다른 배우들과 스태프의 폭소가 끊이지 않아 NG가 나기 일쑤였다는 뒷얘기도 전했다.
만화 속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김과장이란 캐릭터지만 대중은 옆집 총각처럼 친근하게 느꼈다.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남궁민은 이에 대해 "대중이 '이 사람이 이러면 어떨까' 하는 기대에 맞게 대놓고 가려운 곳을 삭삭 긁어줬기 때문에 대리만족을 느낀 게 아니겠느냐"며 "또 초반과 달리 후반부로 갈수록 남들을 위해 행동하는 모습에 나쁜 짓을 해도 미워 보이지 않았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남궁민의 첫 주연작 '김과장'은 그에게 '대기만성형 배우'라는 별명을 안겨줬다. 데뷔한 지 거의 20년이 다 돼가는 그는 '김과장'을 하면서 처음으로 배우로서의 목표가 생겼다고 한다.
그는 "오랜 시간 기다릴 때 아무것도 안 했다면 좌절했을 텐데 늘 어떻게 하면 연기를 좀 더 잘할 수 있을까 연구해왔기 때문에 기다리면서 조급하지 않았고 자신감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배우는 자기에게 만족하고 고인 물이 되면 절대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항상 움직이고 변화하는 사람이 돼야 한다"며 "부지런하지 않으면 좋은 연기라도 계속 같은 연기를 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고이지 않은, 흐르는 물과 같은 연기자가 되고 싶다"고 강조했다.
연말 연기대상에 대한 기대가 없느냐는 질문에도 그는 "물론 주시면 기쁘겠지만 앞으로 이번보다 훨씬 더 좋은 연기를 할 수 있는 자신감과 여력이 충분히 남아있으니 그때 주셔도 상관이 없다"고 웃으며 답했다.
또 "이번 작품에서 첫 주인공을 맡은 것, 시청률이 높게 나온 것도 좋지만 저 스스로 연기가 여전히 부족함을 깨닫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와 열정을 바탕으로 한 자신감을 다시 얻은 작품이라 더 의미 있다"고 말했다.
li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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