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금 상한제 헌법소원심판 883일째…결정은 '오리무중'
"진작 판단했어야" vs "손대기 어려울 것"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3년 일몰(日沒)로 도입돼 오는 10월이면 사라지는 휴대전화 지원금 상한제는 시행 직후 헌법소원심판이 청구됐으나, 아직 헌법재판소에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대선 정국에서 지원금 상한제 폐지 등이 공약으로 제시된 가운데 헌재가 발 빠르게 사건 심리를 마무리 지을 가능성이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지원금 상한제를 규정한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 제4조 1항 등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을 2014년 10월 4일 접수해 그해 11월 12일 심판에 회부한 후 이날까지 883일째 심리 중이다.
핵심 쟁점은 제조사와 통신사가 휴대전화 지원금을 일정액 이상 지급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단통법 일부 조항이 헌법에 위배되는지다.
앞서 영산대 법률학과 학생 등으로 구성된 청구인들은 휴대전화 소비자로서 지원금 상한제가 계약의 자유를 침해하고 자유시장경제 원칙을 거스른다며 위헌을 주장했다.
피청구인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이에 대해 지원금 상한제가 사업자 간의 소모적인 경쟁과 소비자 차별을 없애는 등 시장 안정에 크게 기여했다고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쪽의 입장은 그간 우리 사회가 지원금 상한제를 두고 무수히 반복한 논박을 있는 그대로 반영한다.
정부는 휴대전화를 아주 싸게 구매해서 '고객' 노릇을 하는 소비자와 아주 비싸게 구매해서 '호갱' 취급받는 소비자의 차이를 줄이고, 합리적인 소비를 가능케 했다고 자평해왔다.
반면, 많은 소비자는 결국 모두가 다같이 '호갱'이 된 것이나 다름없으며, 제조사와 통신사의 배만 불려준 꼴이라고 불만을 토로해왔다.
법조계 일각은 헌재가 일찍이 사건 심리를 마쳤다면 이런 불필요한 갈등을 해소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아쉬워한다. 국내 휴대전화 보급률이 100%를 웃도는 만큼 전체 국민의 생활과 밀접한 사건으로 인식하고 신속히 처리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중요 정책 가운데 하나로 도입한 단통법을 헌재가 섣불리 손대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인식과, 만일 합헌 결정을 내릴 경우 활발하게 이뤄지던 법 개정 논의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우려하는 시각도 공존한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 후보가 전날 지원금 상한제를 10월 전에라도 앞당겨 폐지하겠다고 공약함에 따라 일단 공은 정치권으로 넘어간 모양새다.
그러나 정치권이 앞서 단통법 개정안을 잇달아 발의하고도 아직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의 법안심사소위조차 통과하지 못한 만큼 지원금 상한제의 조기 폐지가 현실적으로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헌재의 빠른 판단이 더 절실해졌다고 볼 수도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솔직히 헌재가 10월 이후 본안 판단 없이 청구를 각하할 가능성이 커보인다"면서도 "늦었지만 국민적 관심을 고려해 공개변론 등을 시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hanj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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