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구리 부상 김진우, 11일 2군 등판서 3이닝 무실점
김기태 "1군 준비될 때까지 언급 안 할 것"
(서울=연합뉴스) 이대호 기자 = 김기태(48) KIA 타이거즈 감독은 좀처럼 공개적인 자리에서 선수들에게 쓴소리하지 않는다.
인터뷰에서 부진한 선수의 슬럼프 원인이나 활용 방법을 물어봐도 쉽게 대답을 듣기 어렵다. "감독이 한마디 하면 선수는 계속 가슴에 담아두고 생각한다"는 이유에서다.
최근 연달아 실점했던 마무리 임창용(41)의 보직 변경을 발표할 때도 김 감독은 "기가 안 좋을 땐 피해 가는 것도 괜찮다. 이제까지 혼자 너무 많은 짐을 짊어졌다"며 최대한 선수를 배려해 말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이런 김 감독의 원칙은 김진우(34)에게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적용된다.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만난 김 감독은 김진우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김진우 이야기는 여기서 하지 말자. 나중에 1군 올라올 때가 되면 그때 보고해 달라고 이야기했다"고 잘라 말했다.
김진우는 올해 스프링캠프부터 최고 시속 150㎞에 이르는 강속구를 던지며 좋은 컨디션을 보여줬고, 김 감독은 그에게 선발 한 자리를 맡긴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김진우는 지난달 15일 두산 베어스와 시범경기 등판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옆구리 통증을 호소했다.
진단 결과는 늑골 염좌였다. 김 감독은 이 소식을 접하고는 준비가 부족해 부상이 왔다며 이례적으로 질책하기까지 했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선수를 나무라지 않는 김 감독이지만, 김진우가 베테랑 투수로 좀 더 책임감을 느끼길 바라는 마음에서 '채찍'을 꺼냈다.
아직 채찍을 집어넣지 않은 김 감독은 김진우의 2군 등판에도 눈길을 주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김진우가 2군에서 던져도 보고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그런데도 오늘 아침에 2군 감독이 김진우가 등판한다고 말하더라"고 전했다.
지금 KIA는 김진우가 필요하다.
KIA는 에이스 양현종(29)과 헥터 노에시(30), 팻 딘(28)으로 이어지는 강력한 1~3선발을 자랑한다.
하지만 김진우의 이탈로 생긴 선발진을 메워줄 선수가 보이지 않는다. 홍건희는 11일 잠실 두산전에 선발 등판해 2⅓이닝 5실점으로 무너졌고, 김윤동도 2일 대구 삼성전에서 3이닝 4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다.
김진우는 11일 함평구장에서 열린 퓨처스리그 삼성전에서 3이닝 2피안타 1볼넷 4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최고 구속은 시속 143㎞로 아직 100% 컨디션은 아니지만, 경험이 풍부한 그가 선발진에 합류하면 KIA는 또 한 번의 도약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런데도 김 감독이 김진우를 애써 외면하는 건 기존 1군 선수들의 사기까지 염려하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선수가 없는 것도 아닌데 2군 선수를 자꾸 언급하는 건 1군 선수에게 실례라고 생각한다.
KIA 구단과 김 감독은 작년부터 꾸준히 '동행'을 이야기한다. 그래서 감 감독의 야구도 '동행 야구'라고 불린다.
김 감독은 김진우와도 동행하고 있다. 단지 그 방법이 다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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