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 불씨 살리며 비효율성 없애는 장기과제도 추진 필요
4차산업·고부가 내수산업 등 新성장동력 발굴…규제완화해야
성장 없이는 분배 악화 치료 못 해…소득 불평등 개선 필요
(서울=연합뉴스) 이상원 박의래 기자 = "저성장 탈출이 최대 당면 과제다"
경제 전문가들은 새 정부가 다뤄야 할 시급한 경제 과제로 저성장을 꼽았다. 성장이 없이는 가계 소득과 소비 부진, 청년 실업, 가계·정부의 빚 문제, 양극화를 해결할 수 없다.
성장을 통해 가계 소득이 늘어나야 빚을 갚고 소비를 할 수 있으며 기업은 투자와 고용을 확대할 수 있다. 가계와 기업의 소득이 늘면 세금이 증가하고 정부는 빚을 적정한 규모로 유지하면서 양극화 해소를 위한 복지 지출을 늘릴 수 있다.
하지만 성장이 멈추게 되면 이런 경제의 선순환 구조가 붕괴해 미래에 대한 희망마저 품기 힘들어진다.
◇ 저성장 터널 진입 = 한국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은 2.8%였다.
성장률이 올해에도 다수 기관의 전망대로 2%대 중반에 머물면 2015년부터 3년 연속 2%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3.3% 성장했던 2014년을 빼면 2012년부터 올해까지 6년째 2%대 성장률을 기록할 수도 있다.
한때 두 자릿수 성장률로 '전쟁 폐허'에서 선진국 문턱까지 온 한국으로서는 성에 차지 않는 성장률이다.
한국의 성장률은 2000년대 들어 4%대로 낮아졌고 2010년대부터 3%대 달성도 힘들어졌다.
성장률은 2011년 3.7%에서 2012년 2.3%, 2013년 2.9%, 2014년 3.3%, 2015년 2.8% 등으로 하락해 한국은 '저성장 터널'에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최근 한국의 성장률은 경제규모가 훨씬 큰 미국보다 낮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와 4분기 미국의 성장률(전분기 대비)은 0.9%와 0.5%로 0.6%와 0.4%에 그친 한국을 2개 분기 연속 앞질렀다.
◇ 경제 기초 체력 고갈 = 문제는 실제 성장률뿐만 아니라 잠재성장률까지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다.
잠재성장률은 물가 상승 없이 경제가 최대한 달성할 수 있는 성장률로 경제의 기초체력을 의미한다.
경제 전문가들은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떨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최근 '한국이 직면한 도전-일본의 경험으로부터 교훈'이라는 보고서에서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급격하게 하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은행은 3%대 초반으로 제시했던 잠재성장률을 하향조정할 것임을 시사했고 LG경제연구원은 잠재성장률이 2010년대 초반 3.6%에서 2020∼2024년 1.9%로 빠르게 추락할 수도 있다고 추정했다.
◇ 회복 불씨 살리면서 장기 과제 추진 = 전문가들은 저성장 탈출을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재정, 통화 등 경기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기 회복의 불씨를 꺼트리지는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새 정부는 단기적으로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을 쓰면서 장기적인 저성장 탈출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이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제시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며 "지금까지 수출 중심으로 성장했다면 이제는 내수 서비스업을 키울 차례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육성해야 할 내수 서비스업은 전통적인 도소매업이 아니라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
주원 실장도 새로운 산업이 필요하다면서 "최근 화두가 된 4차산업이 새 성장동력이 될 가능성이 큰 만큼 이를 위한 인프라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규제 완화와 구조개혁도 강조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업·노동 관련 규제를 완화해야 기업이 국내에서 계속 사업을 하고 해외로 나간 기업을 국내로 불러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경제의 비효율성을 최소화하는 구조개혁도 지속해야 한다.
남부 유럽이나 중남미 등에서 비효율적인 공공부문과 경직된 노동시장에 대한 개혁에 실패해 선진국 문턱을 넘지 못한 국가들이 있다.
분배의 불균형 해소를 위해 성장이 필요하지만, 불균형을 완화할 균형 성장에도 새 정부가 신경 써야 한다.
주원 실장은 "현재와 같은 저성장 상황에는 분배 문제가 더 커진다"며 "분배 문제를 해결하려면 결국 파이를 더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민영 경제연구부문장은 "저소득층의 소비성향이 고소득층보다 훨씬 높다"며 "저소득층에 분배가 이뤄지면 그만큼 내수 소비에서 더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성장을 위해서라도 소득 불평등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lees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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