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최근 미약하나마 경기 회복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먼저 수출이 늘기 시작하더니 일자리 증가 속도도 빨라졌다. 통계청이 12일 내놓은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취업자 수는 2천626만7천 명으로 작년 동월보다 46만6천 명(1.8%) 증가했다. 늘어난 취업자 수는 2015년 12월의 49만5천 명 이후 15개월 만에 최대다. 저점이던 올해 1월(24만3천 명)과 견주면 2배 수준이다. 업종별로는 건설(16만4천 명), 도·소매(11만6천 명), 보건·사회복지서비스(10만1천 명) 위주로 취업자가 늘었다. 최악의 취업난을 겪고 있는 청년 실업률은 11.3%로 여전히 높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일자리가 늘어나는 추세라니 다행이다.
수출은 5개월 연속 늘어나 상승세가 뚜렷하다. 특히 3월 수출액은 489억 달러(한화 55조 원)로 2년 3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도체, 석유화학 같은 주력 품목이 활기를 띠면서 작년 동월보다 13.7% 늘었다. 소비 지표도 대체로 나아지는 분위기다. 통계청의 2월 소매판매액지수는 전월보다 3.2% 상승하면서 4개월 만에 반등했다. 기획재정부는 '4월 그린북'에서 "수출이 늘면서 생산·투자의 개선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며 "부진했던 소비도 반등하는 등 우리 경제에 회복 조짐이 나타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매달 나오는 그린북에는 정부의 경기진단이 담기는데, 이 정도 긍정적인 진단이 나온 것은 근 1년 만이다.
민간 전문가들의 한국 경제에 대한 평가도 좋아지고 있는 것 같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2.5%로 지난달 말 올렸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작년 말 2.4%로 제시했던 전망치를 조만간 상향 조정하는 것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국제금융센터가 집계한 10개 주요 해외 투자은행(IB)의 전망치 평균은 지난 2월 2.4%였으나 3월에는 2.5%로 높아졌다. 중국의 사드 보복,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5·9대선'을 앞둔 리더십 공백 같은 악재가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평가가 호전됐다는 점에서 더 고무적이다.
한국은행이 집계하는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달 96.7로 2월(94.4)보다 2.3포인트 올라 두 달 연속 개선됐다. 작년 10월(102.0) 이후 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경제 주체의 심리 상태는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친다. 경기가 탄탄한 회복세로 접어들려면 경제 주체들의 심리 개선이 필요한 이유다. 기업이나 개인이 경제 활동에서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정부가 세심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4월 한반도 위기설' 같은 괴담에도 신속히 대응해 불안감이 퍼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특정 산업이나 기업의 부실이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해야 함은 물론이다. 예컨대 채무조정과 초단기 법정관리의 갈림길에 선 대우조선해양이 그런 경우이다. 당국은 어느 쪽으로 결론짓든 금융시장 충격이 최소화되도록 대비해야 할 것이다.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