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제주4·3 70주년을 앞두고 4·3유적지 관리 문제가 제주도의회에서 제기됐다.
이기붕 제주도의회 의원은 12일 원희룡 제주지사를 상대로 한 제350회 임시회 제4차 본회의 도정질문에서 "법정 관리가 전혀 안 된 4·3유적의 훼손이 가속화 하고 있어 더는 학습장의 역할 수행을 어렵게 하고 있다"며 체계적인 관리의 필요성을 지적했다.
이 의원은 4·3유적은 문화재 보호법에 의한 관리가 이뤄져야 함에도 현재 서귀포시 남원읍에 있는 수악주둔소 한 곳만 문화재청에 문화재등록 신청이 이뤄져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4·3유적 관련 도지정문화재, 향토유산이 전무한 상황에서 정부에 문화재등록을 요청한다면 과연 명분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행정에서 이미 조사된 4·3유적 598곳에 대해 문화재적 가치를 등급화하고, 향토유산·도지정문화재·등록문화재 등 그 범위를 선별해 지정 추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원 지사는 4·3의 흔적과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 있는 장소가 많다며 4·3유적을 보존하는 것은 4·3기념사업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문화재로 지정하려면 문화재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며 "지난 2015년 용역을 통해 원형이 비교적 잘 보존된 6곳에 대해 집중 조사했고, 이 중 시오름주둔소와 수악주둔소 2곳에 대해 등록문화재 검토를 했다"고 설명했다.
원 지사는 "시오름주둔소인 경우 문화재로 지정되면 토지소유주가 재산권 제약 등 이유로 강력히 반대했기 때문에 보류했고, 수악주둔소 한 곳에 대해 작년 5월 문화재청에 등록문화재 신청을 해서 올해 하반기에 심사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신속히 진행되면 내년 70주년 추념식 행사 이전에 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갖고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원 지사는 "'보존이 잘된 곳만 문화재 지정을 하면 안 된다. 보존을 잘하려고 문화재 지정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듣는다. 몇 개의 4·3 유적에 대해서만 형식적으로 진행하지 않을 것"이라며, 올해 3월 구성된 7명의 4·3유적지보존관리위원회를 통해 유적지 정비, 문화재 지정 등 폭넓게 연구하고 대상을 지정해서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남원읍 수악주둔소는 현재 남아 있는 경찰 주둔소 가운데 최대규모다. 1949년 가을 무렵 남원읍 신례리 신례천과 하례리 하례천 계곡 사이에 만들어져 100사령부 부대가 주둔했다. 총안(銃眼·총구멍)과 망루 흔적 등을 잘 보여주는 중요한 역사 현장이다.
서귀포시 서호동 시오름주둔소는 1950년대 초반에 설치된 경찰주둔소다. 일부 구간이 허물어졌으나 잔존 구간은 원형을 잘 간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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