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에 가족 잃은 베트남 사람들에게 위로 됐으면"

입력 2017-04-12 14:52  

"세월호에 가족 잃은 베트남 사람들에게 위로 됐으면"

방현석, 결혼이주여성 비극 다룬 소설 '세월' 출간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슬픔마저 차별받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쓰게 됐습니다."

작가 방현석(56)은 12일 새 소설 '세월'(아시아)에 대해 "가족이 수습되기를 1년 넘게 기다리면서 괴롭게 살아야했던 베트남 가족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세월'은 3년 전 세월호 참사에 일가족이 희생당한 베트남 결혼이주여성 판응옥타인(한국명 한윤지)씨의 비극에서 소재를 가져왔다. 200자 원고지 220매 분량의 중편이다.

소설은 딸 린을 한국으로 시집보낸 아버지 쩌우의 시선으로 세월호 참사를 바라본다. 린은 남편과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한국으로 귀화해 아들딸도 낳았다. 린의 가족은 제주도로 이주하기 위해 세월호에 탔다가 사고를 당한다. 다섯 살짜리 딸만 구조됐고 남편과 아들은 미수습자 명단에 올랐다. 린은 시신으로 발견됐다.

쩌우는 '유가족 되기'라는 끔찍한 희망을 품고 한국을 찾는다. 냉동닭 공장에서 생활비를 벌며 시신 수습을 기다리는 쩌우를 향해 사람들은 "보상금을 얼마나 받아먹으려고 여기까지 와서 저러고 있냐"고 수군거린다. 쩌우는 어부이자 베트남전쟁 때 미국에 맞서 싸운 전사였다. 힘겹게 지켜낸 조국 베트남에 자본주의 물결이 들이닥쳤고, 딸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참사는 자본주의 사회의 부패를 총체적으로 보여줬다.


"세월호 참사가 한국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 시대를 통과하고 있는 특징적 현상, 물질중심주의에 투철해진 가치체계의 문제입니다. 시간적으로는 우리가 통과하고 있는 세월을 베트남전쟁 시기부터 지금까지 연결해서 보고 싶었습니다. 베트남과 한국이라는 두 공간을 통해 아시아적 전통과 가치의 문제를 살펴봤습니다.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다운 삶이란 뭘까 하는 문제를 다뤄보려고 했습니다."

작가와 베트남의 인연은 20여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서른네 살 때 처음으로 나가본 외국이 베트남이었다. 동료들과 '베트남을 이해하려는 젊은 작가들의 모임'을 꾸려 베트남을 여행하기도 했다.

판응옥타인씨의 비극을 듣고 한동안 뜸했던 동료들을 불러모아 베트남에 남은 가족들을 돕기로 했다. 생존자의 가족이자 희생자·미수습자의 유족인 아버지는 1년 동안 시신을 기다리다가 결국 장례를 기다리지 못하고 고국으로 돌아갔다. 홀로 살아남은 손녀 고모가 돌보고 있다. 작가는 인세와 판매수익 모두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고 진실을 규명하는 데 쓰이도록 기부한다고 밝혔다. 96쪽. 4천500원.

dad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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