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메기 '토종' 싹쓸이…큰입 배스 속리산 저수지 점령

입력 2017-04-13 05:50  

붕어·메기 '토종' 싹쓸이…큰입 배스 속리산 저수지 점령

매년 1천마리 솎아내지만 개체수 줄지 않고 '우글우글'

(보은=연합뉴스) 박병기 기자 = 속리산 국립공원의 수중 생태계를 점령한 큰 입 배스가 9년간 되풀이된 퇴치 사업에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 공원 사무소는 삼가저수지에 우글거리는 큰입 배스 제거 작업을 ㈔한국 생태계 교란 어종 퇴치관리협회에 의뢰했다고 13일 밝혔다.

협회 측은 이달부터 잠수부를 투입, 이 지역 수중 생태계의 최상위에 올라 있는 배스 제거에 나설 예정이다. 올해 목표는 1천마리다.

북아메리카가 원산지인 배스는 1973년 어민소득을 높이기 위해 식용으로 국내에 들어왔다.

그러나 식탁에서 외면받아 천덕꾸러기가 된 뒤 강한 육식성을 앞세워 전국의 강과 호수를 빠르게 퍼져나갔다. 토종 어류를 마구 먹어치워 1998년 황소개구리와 더불어 생태계 교란생물로 지정됐다.

속리산 삼가저수지에 이 물고기가 들어온 것도 이 무렵이다. 당국은 낚시꾼이 재미삼아 풀어넣은 게 살아남아 빠르게 번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배스가 등장한 뒤 이곳에 살던 붕어와 메기 등 토종 어류는 눈에 띄게 줄었다. 갓 잡아 올린 배스 입에서 통째로 삼킨 어미 개구리 사체가 나온 일도 있다.

보다 못한 속리산사무소는 2008년 배스 퇴치에 착수했다. 잠수부가 작살을 들고 직접 저수지에 들어가 배스를 솎아내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작년까지 9천697마리를 포획했다. 퇴치에 들어간 돈만 1억원이 넘는다.

이 같은 노력에도 배스는 악착같이 살아남았다. 한해 1천마리 이상 솎아내도 빠르게 번식하면서 개체수를 유지하고 있다.

속리산사무소는 퇴치효과를 높이기 위해 작년부터 산란기(5∼6월) 이전 포획을 서두르고 있다. 과거에는 인공 산란장을 설치해 배스 알을 걷어내는 사업도 병행했다. 한때 그물을 이용한 포획에도 나섰지만, 토종 어류까지 잡아낸다는 비난을 받았다.







고민하던 당국은 천적으로 알려진 쏘가리를 투입하는 방안까지 고민하고 있다.

산란 뒤 4∼5일이면 부화되는 생태 특성상 손으로 잡아내는 것으로는 완벽한 퇴치가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다.

속리산사무소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것은 없지만, 배스를 근본적인 퇴치를 위해 봄·가을 집중포획과 더불어 천적 투입 등 다양한 퇴치사업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bgi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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