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당 후 '非文연대' 꿈꿨으나 구심점 없어 좌절
패권주의 비판…'비문' 후보 지지할지에 관심 쏠려
(서울=연합뉴스) 박경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 대표가 12일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대선 출마 당시 이루겠다던 '통합정부'의 꿈도 미완으로 남게 됐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지 7일 만에 불출마 의사를 밝힌 이 날은 민주당을 탈당한 지난달 8일부터 계산하면 38일째 되는 날이다.
자신을 뒷받침할 든든한 세력이 없는 와중에 탈당한 김 전 대표는 한 달이 조금 넘는 기간 '문재인 대세론'에 대항할 '비문연대'의 핵심인물로 주목을 끌기도 했다.
진영논리에서 자유로운 '경제민주화'라는 보편적 가치를 손에 쥐고 중도·보수는 물론 진보층까지 아우를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그가 '비문연대'를 이끌어낼 수 있느냐에 쏠렸다.
김 전 대표는 대선 출마를 목전에 두고 연합뉴스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마음 둘 곳을 못 찾은 부동층이 엄청나게 많다"면서 "40%가 넘는 부동층, 비판적 합리주의자가 정권창출의 핵"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 전 대표는 탈당 후 정치인들을 두루 만나며 이른바 '빅텐트' 구상의 현실화를 모색했다.
국민의당 경선이 시작하기 전까지는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고 이후에는 정운찬 전 국무총리, 바른정당 유승민 대선후보와 김무성 의원, 남경필 경기지사와 잇따라 회동하는 등 폭넓은 행보를 보였다.
김 전 대표가 탈당에 이어 대선 출마를 선언하자 민주당 내 '김종인계'로 분류된 이언주 의원과 최명길 의원이 탈당한 데 이어 추가 탈당설이 나오며 '문재인 대세론'에 타격을 주는 변수가 되는 게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계파가 없는 덕에 범보수와 중도 진보 진영을 아우르는 '광폭 행보'가 가능했지만,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민주당 내 비주류에 한정된 그의 세력은 결국 대권의 꿈을 밀고 나가는 데 걸림돌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제 시선은 김 전 대표가 대선 레이스에서 특정 후보에 대한 지지선언을 할지, 한다면 누구를 지지할지 등에 모아진다.
김 전 대표는 대선 출마기자회견 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지원하는 것이 아니냐는 물음에 "내가 '킹'을 한다고 하지 않았나"라며 "'킹메이커'를 한다는 얘기는 어울리지 않고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민주당 내 '친문 패권'을 강하게 비판하며 탈당한 김 전 대표가 대선이 가까워져 올수록 안 후보에게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김 전 대표가 대선 불출마를 알리는 입장문에서 "국민께서는 지난 15년간 이 나라를 패권적으로 운영해 온 소수의 책임자를 제외하고 모두 힘을 합치라는 명령을 하고 계신다"고 밝힌 것도 이러한 관측을 뒷받침한다는 해석이다.
다만, 김 전 대표의 핵심관계자는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통합정부론'의 비전을 밝혀놨으니 누가 그 비전에 가까운 후보인지 국민이 합리적으로 선택할 것으로 보지 않겠나"라는 말로 이런 해석에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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