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무부 대변인 "美-시리아 택일 요구 틸러슨 발언은 협상 전 힘 과시"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가 미국의 시리아 공군기지 폭격에도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의 방러를 거부하지 않은 것은 국제 현안과 양자 관계에 대한 미국 측의 입장을 파악하기 위해서라고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이 12일(현지시간) 밝혔다.
마리야 자하로바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그들(미국)이 시리아, 이란, 아프가니스탄, 북한 등에 무슨 일을 할지 아무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대한 태도도 불분명하다"며 미국과의 갈등에도 미-러 외무장관 회담을 예정대로 추진한 이유를 설명했다.
또 "미-러 관계 개선에 대해 미국이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 전략은 무엇인지 등도 아주 중요한 문제"라고 덧붙였다.
미국은 지난 4일 시리아 이블리브주(州)에서 이루어진 화학무기 살포 공격의 책임을 시리아 정부군에 돌리며 7일 중서부 도시 홈스 인근의 공군기지를 토마호크 미사일로 폭격했다.
러시아는 미국의 시리아 폭격을 "주권 국가에 대한 침공"이라고 비난하며 시리아 내 공습작전 과정에서 미-러 공군간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해 체결했던 양해각서의 효력을 잠정 중단한 바 있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전날에는 틸러슨 장관이 방러에 앞서 '미국 편에 설지, 시리아 편에 설지를 결정하라'고 촉구한 데 대해 협상에 앞선 정치적 발언으로 최후통첩은 아니라고 해석했다.
그는 이날 틸러슨 장관의 발언에 대한 논평을 요청받고 "최후통첩이라기보다 협상을 앞둔 시점에서 나온 정치적 발언, '근육'(힘) 과시 같은 것으로 본다"며 "이는 미국의 기존 행동방식과 궤를 같이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틸러슨 장관은 이날 이탈리아 주요7개국(G7) 외무장관 회담을 마치고 러시아로 출발하기 1시간 전에 "러시아는 미국을 비롯한 동맹국과 보조를 맞출지,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정권과 이란, 헤즈볼라 무장세력을 끌어안을지 양자택일 해야한다"며 러시아를 압박했다.
틸러슨은 "우리에겐 아사드 가계의 통치가 끝나가고 있음이 명백하다"면서 이같이 요구했다.
시리아 문제는 한반도 정세, 우크라이나 사태, 국제 테러리즘 등과 함께 미-러 양국 외무장관 회담의 주요 의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국무장관 취임 후 처음으로 모스크바에 온 틸러슨 장관은 12일 오전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회담하고 오후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예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크렘린궁은 아직 푸틴 대통령과 틸러슨 장관의 면담 일정을 확인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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