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시론] 우병우 영장기각, 검찰 진정 최선 다했나

입력 2017-04-12 17:33  

[연합시론] 우병우 영장기각, 검찰 진정 최선 다했나

(서울=연합뉴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 대한 구속영장이 또 기각됐다. 법원은 12일 직권남용 등 혐의로 청구된 영장에 대해 "혐의 내용에 관해 범죄 성립을 다툴 여지가 있다"고 사유를 밝혔다. 대통령의 참모로서 정상적인 민정 업무를 수행했다는 우 전 수석의 주장을 법원이 일단 수용한 셈이다. 법원의 결정을 존중하지만 국민 정서상 쉽게 이해할 만한지는 의문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파면된 대통령까지 구속된 마당에 이 사태의 핵심 인물로 지목돼온 우 전 수석이 구속을 면하게 됐으니 말이다. 법원의 영장기각 사유를 보면 검찰이 수사를 제대로 했는지 의구심이 생긴다.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에서 조사 자료를 넘겨받은 뒤 우 전 수석과 함께 민정수석실에서 근무한 검사를 포함해 50여 명을 참고인으로 조사했다. 지난달 말에는 청와대 압수수색을 시도해 필요한 자료를 임의 제출 형식으로 받았다. 검찰은 그런 과정을 거쳐 특검이 적용하지 않은 혐의 2가지를 추가했다. 'K스포츠클럽' 사업과 관련해 대한체육회를 감찰하려 한 혐의와, 세월호 수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과 관련한 국회 청문회 위증 혐의이다. 그러나 우 전 수석이 세월호 수사 당시 해경 압수수색을 방해한 혐의는 결국 압수수색이 관철됐다는 이유로 제외됐다. 결과적으로 구속이 필요하다는 법원 판단을 받는 데는 역부족이었던 것 같다.



검찰은 우 전 수석 수사에 미온적이라는 비판을 끊임없이 받았다. 검찰 내 '우병우 라인'이라는 말이 회자할 정도로 검찰에 대한 국민의 불신도 팽배했다. 지난해 우 전 수석의 비리를 수사하기 위해 꾸려졌던 '윤갑근 특별수사팀'은 수사 결과 발표도 없이 사라졌다. 우 전 수석은 자신의 개인 비리 의혹이 불거진 지난해 8월 이후 검찰·법무부 수뇌부와 여러 차례 통화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그래서 우 전 수석을 제대로 수사하려면 검찰의 칼끝이 조직 내부로 향해야 하는데 과연 그럴 만한 의지가 있을까 하는 우려가 진작 제기됐다. 우 전 수석의 영장이 또다시 기각됨으로써 검찰은 스스로 명예를 회복할 기회를 저버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찰 개혁 논의가 한창인 정치권을 중심으로 검찰 수사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일각에서는 '우병우 특검'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책임지고 김수남 검찰총장은 사퇴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검찰 생각은 다른 것 같다. 특별수사본부 관계자는 기자들에게 "영장이 기각된 것은 안타깝지만 그건 법원 판단이고, 저희는 최선을 다했다"고 강변했다고 한다. 얼마나 많은 국민이 검찰의 생각에 수긍할까 싶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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