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과거 우리나라가 국제 저작권 보호협정에 가입하기 이전 저작권 계약 없이 출간됐던 책들이 정식 계약을 맺고 다시 출간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12일 출판계에 따르면 꿈결출판사는 1988년 출간돼 베스트셀러가 됐던 물리학 교양서 '재미있는 물리여행'의 저자와 정식 계약을 맺고 6월 새로운 한국어판을 출판할 계획이다.
이 책은 당시 김영사가 출판해 100만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로, 현재는 절판됐다. 꿈결출판사는 최근 다시 출간을 준비하다 이 책이 당시 정식 계약을 맺지 않았던 사실을 확인했다.
저자 루이스 엡스타인은 이 때문에 여러 차례 미국 정부 등에 탄원서를 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탄원서는 미국에서 판매 중인 원서에도 수록돼 있다.
최근 출간된 일본 정신분석학자 기시다 슈(岸田秀)의 '게으름뱅이 학자, 정신분석을 말하다' 역시 비슷한 사례다. 이 책 역시 1995년 정식 계약 없이 출간됐던 것을 최근 경남 진주에 있는 펄북스 출판사에서 정식 계약을 맺고 새로 출판했다.
이는 우리나라가 1996년 국제저작권 보호협정인 베른 협약에 가입하면서 협약 가입 이전인 1995년 1월 전에 작성된 외국인의 저작물에 대해서는 협약 가입 이후에도 그대로 이용할 수 있도록 예외 조항을 뒀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새로 정식 계약을 맺은 출판사라도 1995년 1월 전에 나온 책에 대해서는 계약 여부를 문제 삼을 수 없는 상황이다.
김영사측은 '재미있는 물리여행'과 관련해 "2005년에 저자에게 저작권과 관련해 이메일을 보냈지만 아무런 답변을 받지 못한 기록이 남아 있다"라면서 "법적으로 문제는 없지만 저자와 연락해 저작권료를 지급하는 등 조처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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