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회서 대책마련 주문
(제주=연합뉴스) 변지철 기자 = 제주에서 보상금을 지급하지 않은 채 도로로 사용되고 있는 개인 소유 토지인 이른바 '미불용지'의 공시지가가 1조2천500억원에 육박해 심각한 재정압박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강연호 제주도의회 의원은 12일 원희룡 제주지사를 상대로 한 제350회 임시회 제4차 본회의 도정질문에서 "제주도 내 미불용지가 9만1천 필지며, 이는 제주도 전체 세대수를 27만 세대로 봤을 때 3가구당 1가구가 미불용지를 가진 셈이며 공시지가 기준으로 1조2천500억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불용지는 1970년대 새마을운동의 부산물로, 도로편입 동의서를 제출한 도민의 토지는 결과적으로 오늘날 공유지가 됐지만, 동의서를 제출하지 않은 부분이 남아 있어 현재 상황으로까지 이어진 것"이라며 "성공한 국민운동으로 칭송받는 새마을운동이 지자체에 엄청난 재정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은 "오늘날 토지주가 마을 안길을 막아서며 주민 통행에 불편을 주는 등 도내 곳곳에서 민원이 발생하고 소송이 제기되고 있다"며 "과거에는 '공익'이 존중돼 행정기관이 승소했지만, 최근에는 '사익' 존중 원칙에 따라 행정기관이 대부분 패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게다가 패소하게 되면 당사자에게 우선 소송 비용을 부담하고, 이어 최근 5년간의 부당이득금 지급, 토지보상협의가 이뤄질 때까지 토지사용료 지급, 최종적으로 토지매입비를 보상해야 하는 등 엄청난 부담이 뒤따른다고 설명했다.
강 의원은 "제주특별자치도 설치 및 국제자유도시 조성을 위한 특별법 6단계 제도개선 과제 중에 미불용지에 대해 제주도가 직권으로 지목을 도로로 바꾸는 내용이 제출돼 있지만 사실상 받아들여지기에 힘들 것"이라며 다수 주민과 버스가 이용하는 시군도와 마을 진입로에 해당하는 미불용지부터 차례로 정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원희룡 제주지사는 "당시에 법에 의한 소유권 이전 조치가 안 돼 있었고, 법보다는 마을 공동체의 자발적인 부담(동의)이 우선되는 시대에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권리에 나서다 보니 이런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며 "법원에서 보상명령이 나오면 행정이 거부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원 지사는 "올해 42억원 정도 예산을 편성해서 급한 곳부터 정리하고 있지만, 덩어리가 커서 모두를 일률적으로 하기에는 불가능에 가깝다"며 "좋은 지적이며 점차적으로 진행해나가겠다"고 말했다.
미불용지는 도로확장 등 공공사업을 하면서 수용된 토지 가운데 보상금이 지급되지 않은 토지를 말한다.
bj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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