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절 안되는 위스키업계 '덤 마케팅'…관련 법규 위반 논란

입력 2017-04-13 0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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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절 안되는 위스키업계 '덤 마케팅'…관련 법규 위반 논란

(서울=연합뉴스) 정열 기자 = 극심한 침체기에 접어든 위스키 업계의 생존 경쟁이 심화하면서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덤 마케팅'이 또다시 등장했다.

13일 주류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위스키 업계 비수기를 맞아 유흥주점 등에 물량을 공급하는 주요 거래처에 자사 대표 위스키 '더 클래스'(450㎖·3만1천570원)를 '8팩 스페셜 프로모션'으로 판매 중이다.




위스키는 보통 6병을 한 묶음으로 판매하는데, 8팩 프로모션은 2병을 덤으로 줘 8병을 6병 가격에 파는 것이다.

그동안 '6+1' 형태로 6병 가격에 7병을 주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2병을 공짜로 얹어주는 파격적 프로모션은 하이트진로가 처음이다.

그러나 이는 주류 거래금액의 5%를 초과하는 가액의 경품을 제공하거나 가격을 할인할 수 없다고 규정한 국세청의 주류거래질서 확립에 관한 명령위임 고시 위반 소지가 있다.

이 고시를 위반할 경우 2천만원 이하의 과태료 처분을 받을 수 있다.

더 클래스 8팩 스페셜 프로모션의 경우 이 위스키 6병 가격이 18만9천420원인 점을 감안하면 덤으로 주는 2병 가격(6만3천140원)은 전체 상품가의 33.3%에 해당한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한시적으로 제한된 물량에 한해 8팩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며 물량이 다 소진되면 중단할 것"이라며 "수입맥주 4개를 1만원에 묶어파는 행사와 같은 개념이라고 보면 된다"고 해명했다.

위스키 업계 1위 디아지오코리아도 이달부터 부산·경남지역을 중심으로 대표 상품인 윈저 W 아이스를 세븐팩으로 판매 중이다.

6병 가격에 7병을 주는 판촉 행사다.


디아지오는 윈저 W 아이스 세븐팩 프로모션에 돌입하면서 '출시 2주년, 누적판매량 400만병 돌파 기념'이라는 명분을 내세웠다.

디아지오는 지난해 4~6월에도 같은 내용의 프로모션을 진행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런 판매 방식은 국세청 고시 위반 소지가 있을 뿐 아니라 6년 전 위스키 업계가 감독기관인 국세청의 지도에 따라 합의했던 자율협약 위반이기도 한다.

디아지오코리아와 페르노리카코리아, 하이트진로를 위시한 국내 위스키 업계는 지난 2011년 국세청의 지도 아래 투명한 주류 거래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과당경쟁을 자제한다는 내용의 자율협약 합의문을 작성했다.

합의문의 주요 내용은 "공정거래위원회의 '경품류 제공에 관한 불공정거래 행위의 유형 및 기준고시'를 위반한 경품을 제공하거나 주류를 실제 구매가격 이하로 판매해서는 안되며, 주류 또는 주류 교환권을 경품으로 제공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대표적으로 지적된 사례가 '5+1'이나 '10+1'과 같이 주류를 경품 형태로 끼워파는 것이었다. 위스키 시장이 침체기로 접어들자 위기감을 느낀 업체들이 매출 목표를 채우기 위해 출혈경쟁을 벌이는 것을 방지하자는 취지였다.

이런 취지로 합의된 자율협약에 따라 그동안 대부분의 위스키 업체들이 무리한 끼워팔기 등을 자제해왔으나 최근 대선정국 등으로 어수선한 틈을 타 주요 업체들이 슬그머니 프로모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위스키 시장은 장기화하는 불황과 음주문화 변화 등의 여파로 지난해까지 8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하면서 각 업체들이 생존 위기에 몰려있기도 하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국세청 고시 위반의 소지가 다분한데도 위스키 업체들이 잊어버릴 만하면 일시적 매출 증대를 위해 7팩이나 8팩 프로모션같은 과열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관할 당국이 별다른 단속 의지가 없는 것도 이런 문제가 반복되는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passio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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