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개 이사국 중 10개국 찬성…볼리비아도 반대·中 등 3개국 기권
(유엔본부=연합뉴스) 김화영 특파원 = 시리아 북부 이들리브 주(州)에서 지난주발생한 화학무기 공격을 규탄하고 신속한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결의안이 12일(현지시간) 부결됐다.
안보리는 이날 오후 결의안에 대해 표결을 실시했으나 5개 상임이사국의 하나인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했다. 상임이사국 중 하나라도 거부하면 결의안이 채택되지 않는다.
비상임 이사국인 볼리비아도 결의안에 반대했다. 또 다른 상임이사국인 중국은 비상임 이사국 에티오피아, 카자흐스탄과 함께 기권했다.
결의안에 찬성한 국가는 안보리 15개 이사국 가운데 10개국에 그쳤다.
결의안이 채택되려면 이들 국가 가운데 9개국 이상이 찬성하면서 미국, 영국, 프랑스, 러시아, 중국 등 5개 상임이사국에서 거부권이 나오지 않아야 한다.
러시아는 이번 화학무기 공격을 한 것으로 의심되는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을 지원하고 있어, 결의안을 저지할 것으로 관측돼왔다.
러시아가 '아사드 정권'을 규탄하는 서방 주도의 안보리 결의안을 거부한 것은 이번이 8번째이다. 중국도 6차례 거부한 바 있다.
지난 4일 사린가스로 추정되는 화학무기 공격으로 최소 87명이 사망한 후 미국, 영국, 프랑스는 결의안을 강력히 추진한 반면 러시아는 반대하면서 일찌감치 '전선'이 형성됐다.
결의안은 이번 공격을 강력히 규탄하면서, 유엔과 화학무기금지기구(OPCW)의 현장조사를 전폭적으로 지지한다는 요지다.
시리아 정부가 화학무기 공격 당일의 군 비행계획, 비행기록 일지, 군사작전 정보, 작전을 지휘한 사령관 이름을 유엔 조사관들에 제공하고 이때 이용된 공군기지 방문도 허용토록 하고 있다.
러시아는 OPCW 주도의 조사에는 찬성했지만 시리아 정부에 요구되는 이런 정보제공에는 반대했다.
안보리 서방 3개국과 러시아는 이날 표결에 앞서 또 치열하게 공방했다.
의장국으로 이날 회의를 주재한 미국의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대사는 "아사드의 전투기들이 민간인들에게 '배럴 밤'(barrel bomb)을 떨어뜨릴 때마다 러시아는 고립을 자초하는 것"이라며 "아사드 감싸기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매슈 라이크로프트 유엔 주재 영국대사도 현지에서 채취된 샘플이 사린가스에 양성 반응을 보였다면서, 러시아를 비난했다.
그러나 블라디미르 사프론코프 러시아 차석대사는 화학무기 공격의 책임을 시리아 정부로 돌리는 것은 잘못 됐다면서 "그런 결론에 정말 정말 놀랍다. 범죄현장에 아무도 가보지 않았는데 어떻게 알 수 있느냐"고 되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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