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출신 강경라인 영향력 약화" 해석
(워싱턴·서울=연합뉴스) 이승우 특파원 김남권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들어 러시아를 냉대하는 반면 중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엔 바짝 다가서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가 대선 기간 중국과 나토를 맹비난하면서도 러시아엔 유독 친밀감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러시아와의 관계가 "아마도 역대 최악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과 정상회담을 한 직후 가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나온 발언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러시아가 시리아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 계획을 미리 알았을 가능성을 두고 "러시아가 시리아의 가스 공격을 미리 알지 못했을 것으로 생각하고 싶다"면서도 "확실히 러시아가 알았을 수도 있다. 러시아(군)가 그곳에 있었다"며 여지를 남겼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칭찬하고 친(親)러시아 행보를 보였다는 점에서 '관계 최악' 발언은 이례적으로 받아들여진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버림받은' 러시아의 자리를 중국이 꿰차고 들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최근 중국이 북한산 석탄의 반환을 지시했다는 보도를 거론하며 중국을 치켜세웠다.
그는 "석탄을 실은 많은 (북한) 배들이 돌아갔는데 큰 진전(big step)"이었다며 중국이 대북 제재에서 다른 조치들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시리아 화학무기 공격을 규탄하고 신속한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 표결에서 중국이 반대표를 던진 러시아의 편을 들지 않고 기권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표결 기권이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고 밝히면서 "중국의 기권은 훌륭했다. 우리에게는 영광이었다"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선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중국의 환율 조작으로 미국 무역이 막대한 손해를 보고 있다고 공공연히 비난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미국과 중국 관계가 훈훈해지자 환율과 시리아 문제에서 트럼프와 시진핑의 의견 수렴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나토를 대하는 태도 역시 달라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나토 사무총장과의 공동 기자회견을 통해 "예전에 나토가 쓸모없다(obsolete)고 말했는데 이제는 더는 쓸모없지 않다"며 "나토는 변했고 이제 테러리즘과 맞서 싸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민을 화학무기로 공격한 바샤르 알 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정부를 향한 비난의 강도도 높여가고 있다.
그는 아사드 대통령을 "도살자(butcher)"로 규정하며 "이제는 잔인한 시리아 내전을 끝내고 테러리스트를 물리치고, 피난민들이 집으로 돌아가도록 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
언론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 변화에 주목했다.
CNN은 "나토와 중국, 러시아, 시리아 문제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놀랄 만한 유턴을 했다"고 전했다.
로이터통신도 "트럼프가 중국과 나토를 따뜻하게 대하면서 러시아엔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급격한 변화가 생겼다"면서 외교정책의 변화가 트럼프 대선캠프 출신들의 영향력이 약해진 결과라고 분석했다.
대신 러시아에 회의적인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의 관점을 트럼프 대통령이 받아들였다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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