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러시아 내통' 수사 FBI 국장에 복잡한 심경 피력

입력 2017-04-13 06:56  

트럼프, '러시아 내통' 수사 FBI 국장에 복잡한 심경 피력

"코미 FBI 국장 신뢰하지만 해고하기에도 늦은 것 아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종우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선 당시 러시아와 트럼프 캠프 간 내통설을 수사 중인 제임스 코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에 대한 복잡한 심경을 드러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폭스 비즈니스 앵커 마리아 바티로모와의 인터뷰에서 "코미 국장을 신뢰한다"고 밝힘 뒤 "하지만, 그를 해고하기에 너무 늦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의 언급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의 관료들에 대한 바티로모의 질문에 응답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코미 국장이 자신의 라이벌이었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도운 숨은 주역이라고 칭했다.

그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코미 국장이 힐러리를 구했다는 사실"이라며 "일반 사람들은 이를 알지 못하지만 코미가 힐러리의 생명을 살렸다. 나는 이를 코미의 승리로 부른다"고 했다.

이는 코미 국장이 대선을 불과 11일 남겨둔 지난해 10월 28일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 착수를 발표했다가 9일 만에 재수사 종결을 선언한 것을 꼬집은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코미 국장은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계륵' 같은 존재라고 미국 언론들은 전했다.






지난 대선에서 클린턴의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 선언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승리에 기여했다. 그의 이메일 스캔들 재수사 착수 발표로 클린턴의 지지율은 곤두박질했다. 역대급 '옥토버 서프라이즈'(October surprise·10월의 이변)였다.

하지만 코미 국장은 이메일 재수사 종결로 선거판을 다시 뒤흔든 데 이어 지난달 20일에는 하원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트럼프 캠프와 러시아 간 내통설을 수사한다는 폭탄 발언을 내놨다.

그는 "이번 수사는 트럼프 캠프의 관련 인사들과 러시아 정부의 연계 및 조율을 포함한다"면서 성역없는 수사를 예고했다.

게다가 그는 오바마 정부가 자신을 도청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과 관련해서도 "이를 뒷받침하는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고 일축한 바 있다.

코미 국장은 조지 W 부시 대통령 재임 시 법무부 부장관을 지냈으며 전형적인 공화당원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3년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그를 FBI 국장에 임명했다.

코미 국장의 임기는 2023년까지다.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2021년 1월)보다 더 길다. 미국에서 FBI 국장의 임기 10년은 철저히 보장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를 해고하기에 너무 늦은 것은 아니다"라고 했지만 그를 해고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이는 전례가 없는 데다 수사권 개입이라는 논란마저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jongwo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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