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고 싶고, 잘하는 일 있으면 인생이 즐거워"
(무안=연합뉴스) 손상원 기자 = 도전과 변화를 마다치 않고 조리사로서 새로운 삶을 사는 퇴직공무원의 이야기가 눈길을 끈다.
2012년 전남도에서 지방이사관으로 명예퇴직한 주신호(64)씨의 현재 직업은 요리 학원 원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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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청과 시·군청 주요 직위를 거친 공무원이 요리를 천직으로 삼게 되기까지는 '필요'가 '필연'으로 바뀌는 과정이 있었다.
퇴직 후 노인복지 법인에서 인문학 강좌, 단체 급식 등을 돕던 주씨는 배달 시간을 제대로 맞추지 않는 업체의 늑장으로 생기는 현장의 어려움을 함께 겪었다.
직접 음식을 조달하는 방안을 궁리하던 주씨에게는 조리사 자격증이 필요했다.
한식, 일식, 양식 조리사 자격증을 차례로 섭렵한 주씨는 요리의 매력에 빠져 제과, 제빵, 바리스타까지 음식 관련 13개 자격증을 땄다.
전문대학에서 커피 바리스타와 외식 조리학을 전공하기도 했다.
주씨는 "요리는 과학적 창조물이자 풍미 있는 예술작품으로 정의할 수 있다"며 "요리를 하면서 삶에 대한 자신감과 안정감도 느끼게 됐다"고 예찬했다.
그윽한 향과 맛을 담은 카푸치노 한 잔에 직접 만든 빵 한 조각을 곁들여 지인들과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는 게 요즘 그의 즐거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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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노인 등 교육에 대한 관심도 식지 않아 평생 교육사, 청소년 지도사 등 7개 자격증을 추가했다.
조리 강습 중에도 "조리사는 심성이 고와야 한다"는 말을 항상 강조한다.
부군수 시절 지역을 홍보하며 마라톤에 참가했던 일화로도 잘 알려진 그는 지금까지 2천100여회에 걸쳐 3만400㎞를 주파한 마라토너이기도 하다.
주씨는 "자신이 하고 싶고, 잘할 수 있으며, 잘한다고 주변으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는 소일거리가 있으면 흐르는 세월에 맞서지 않고 자연스럽게 올라탈 수 있다"며 도전, 변화, 취미를 인생의 여정을 즐기는 '세월 탑승권'으로 규정했다.
주씨는 "공무원 입문 시절 일부 나이 많은 선배들의 무사안일함을 비난하기도 했는데 어느새 그런 모습이 된 나를 발견하고 퇴직을 결심했었다"며 "지금은 에너지로 충만한 삶이 매우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sangwon7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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