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유통 양식 조개류 안심해도 돼…중독 땐 즉시 병원으로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봄기운이 완연해 지면서 바닷물의 온도가 올라가면 어김없이 나타나는 것이 '마비성 조개류 독(패독)'이다.
올해는 지난달 29일 부산 다대포와 감천 해역의 자연산 진주담치에서 가장 먼저 검출된 뒤 점점 농도가 높아지고 발생 해역이 확산하고 있다.
다대포와 감천 해역에서 처음 검출된 패독의 농도는 237~7천24㎍/100g였으나 최근에는 최고 8천㎍을 넘어섰다.
지난 4일에는 영도구 태종대 연안, 12일에는 경남 진해만에서도 패독이 검출됐다.
패독은 진주담치 외에 굴, 바지락에도 있다.
같은 해역에 사는 조개류이지만 굴과 바지락의 독소 농도는 진주담치보다 훨씬 낮다.
진주담치의 독화(毒化)가 가장 빨리 진행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진주담치는 패독의 지표생물 역할을 한다.
패독은 조개류가 자체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먹이와 관계가 있다.
조개류가 섭취하는 '알렉산드리움'과 '짐노디움'이라는 식물성 플랑크톤이 생산한 독이 체내에 축적된 것이 패독이다.
사람이 독화(毒化)된 조개를 먹어 중독되면 인체에 마비증세를 일으키므로 마비성 패독이라고 부른다.
마비성 패독은 거의 전 세계에서 발생하고 있고 우리나라의 경우 3월부터 5월 사이에 남해안 일부 해역에서 많이 나타난다.
2000년대 초에는 서해안에서도 발생했다.
주로 경남 거제도 동쪽 연안에서 처음 나타나 진해만, 마산만, 통영 해역으로 확산하고 동해안의 울산 연안까지 번지는 경향을 보인다.
올해는 특이하게 부산과 진해만에서 먼저 검출됐다고 국립수산과학원은 13일 밝혔다.
마비성 패독은 수온이 5~7℃로 상승하는 시기에 나타나기 시작해 15~17℃에서 가장 높은 농도를 보인다.
수온이 18~20℃ 이상으로 상승하는 5월 말 이후에 원인 플랑크톤이 다른 플랑크톤에 밀려 소멸하면 패독도 사라진다.
통상 독성 물질은 몸속에 축적된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 기준치에 못 미치는 진주담치라도 장기간 몸에 독이 축적돼 중독될 위험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만 마비성 패독은 체내에 쌓이지 않고 바로 배설되기 때문에 한꺼번에 중독될 정도로 많이 섭취하지 않으면 문제가 없다.
패독의 농도는 쥐를 이용한 실험으로 측정한다.
쥐에 투여해 5분 안에 죽으면 사람이 섭취해서는 안 되는 기준치인 80㎍/100g를 넘는 것으로 판정한다.
20~30분 만에 죽으면 38~40㎍/100g에 해당한다.
진주담치 등 조개류에서 마비성 패독이 검출되더라도 소비를 꺼릴 필요는 없다.
국립수산과학원은 패독으로 인한 사고예방을 위해 전국 패류 양식장 및 주변 해역을 지속적으로 조사하고 그 결과를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통보한다.
정부는 특정 해역의 패독이 식품허용 기준치를 초과할 경우에는 그 지역의 패류 채취 및 판매를 금지하고 나머지 지역에서 생산된 패류에 대해서는 생산지 확인을 거쳐 유통시키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시중에 유통되는 조개류를 수시로 검사하는 등 2중 3중의 안전망을 갖추고 있다.
따라서 시중에 유통되는 진주담치 등은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는 게 수산과학원의 설명이다.
다만 바닷가 바위에서 자연산 진주담치 등을 채취해서 먹는 것은 피해야 한다.
수산과학원 김풍호 연구관은 "1984년 마비성 패류독소 기준치가 설정된 이후 1996년까지 자연산 진주담치를 먹은 40여명이 중독돼 5명이 숨졌으나 정부가 마비성 패독의 위험성을 적극 알리고 출하를 강력하게 단속한 1997년 이후에는 사망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마비성 패독에 중독되면 30분 이내 입술 주위에서 시작해 점차 얼굴, 목 주변으로 마비 증상이 퍼지면서 두통, 메스꺼움,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심한 경우 근육마비, 호흡곤란으로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치료약이 없기 때문에 증상이 나타나면 신속하게 병원에서 독을 배출하는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하다.
lyh9502@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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