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예상보다 성공적"…러 외무 "내실있고 솔직한 회담"
러 의회, 양국 관계개선 위한 실무그룹 구성 합의 높게 평가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러시아와 미국은 모두 12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열린 양국 외무장관 회담을 전반적으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시리아·우크라이나 사태,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 의혹 등을 둘러싼 이견을 좁히는 데는 실패했지만, 군사충돌 직전까지 악화했던 양국 관계를 일정 정도 수습하고 관계 개선을 위한 공통의 의지를 확인한 것을 큰 성과로 꼽았다.
타스 통신 등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이 미국과 그 동맹국들의 안보 분야 이익을 관철시키면서 모스크바 회담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치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과 정상회담을 한 후 연 공동 기자회견에서 "틸러슨은 모스크바에서 아주 성공적인 회담을 했다. 예상했던 것보다 더 훌륭했다"고 말했다.
그는 "나토와 미국이 러시아와 좋은 관계를 맺으면 좋겠지만 지금은 그렇지 못하며 현재 미-러 양국 관계는 가장 낮은 수준에 있다"고 진단하면서도 결국에는 양국 관계를 가로막는 많은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는 낙관론을 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도 틸러슨 장관과의 회담이 "내실 있고 솔직했다"고 평가했다.
러시아 의회 지도자들도 회담 결과를 긍정적으로 봤다.
콘스탄틴 코사체프 상원 국제문제위원장은 "회담에서 도약이 이루어진 것은 아니지만 결과는 전반적으로 긍정적"이라고 평했다. 특히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해 대화를 계속하기로 하고 양국 외교관들로 구성된 실무그룹을 구성하기로 합의한 것을 높게 평가했다.
러시아 하원 국제문제위원장 레오니트 슬루츠키도 "예상됐던 미국의 최후 통첩은 없었으며 오히려 양국 관계 장애물들을 제거하기 위한 실무그룹을 구성하기로 했다"면서 양국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를 밝혔다.
상원 국방·안보위원회 제1부위원장 프란츠 클린체비치도 "틸러슨이 헛되이 러시아에 온 것이 아님이 분명해졌다. 국제테러리즘과의 전쟁에 대한 공통의 의지를 확인한 것은 현재의 부정적 양국 관계 상황을 고려할 때 최대 합의"라고 분석했다.
그는 러시아가 미국의 시리아 폭격 이후 잠정 중단했던 시리아 내 미-러 공군간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한 양해각서의 효력을 재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면서 이를 통해 공통의 적인 '이슬람국가'(IS) 격퇴를 위한 공조 시스템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고 안도감을 표시했다.
이번 미-러 외무수장 회동은 러시아가 지원하는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 의혹과 이를 응징하기 위한 미국의 시리아 공군기지 폭격으로 미-러 관계에 새로운 긴장이 조성된 가운데 열렸다.
회담에 앞서 미국은 러시아가 시리아를 택할지, 미국을 택할지를 결정하라고 강하게 압박했고, 러시아는 자국에 대한 최후통첩성 협박은 통하지 않을 것이라며 발끈하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석유회사 엑손모빌의 최고경영자(CEO) 출신으로 오래전부터 러시아와 교류했고 2013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서 우호훈장까지 받은 틸러슨이 냉전 이후 최악 수준으로 내몰린 미-러 관계에 돌파구를 찾을 것이란 예상이 없지 않았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분쟁 개입, 미국 대선 개입 논쟁에 이어 시리아 폭격 사태까지 불거지면서 회담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높았었다.
회담에 앞서선 시리아에서의 양국 간 군사충돌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나왔었다.
이 같은 부정적 상황에 비춰볼 때 이번 회담이 일단 양국 관계의 파국을 막고 대화 분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는 정당해 보인다.
하지만 이번 회담을 통해서도 양국의 첨예한 이견이 노출된 시리아 분쟁 해결 방안과 우크라이나 사태 및 북핵 문제 해법 등은 언제라도 미-러 관계를 다시 최악의 국면으로 몰고 갈 수 있는 시한폭탄으로 남아있다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cjyou@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