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10명 인터뷰 모음집 '이것이 나의 도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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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작가의 이름은 드높지만 작품을 생각해보면 뭔가 허전한 기분이 드는 건 왜일까? 그것은 기획상품처럼 순전히 시스템이 만들어낸 작가이기 때문이다. (…) 예술가의 최종 목표가 대학의 교수 자리라면 그것이 세상에 나가 뭘 할 수 있을까? 그것은 이미 세상에서의 유효성을 상실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작가의 내면적 자아가 드러난 작품은 촌스럽다는 소설가 천명관의 말이다. 신간 '이것이 나의 도끼다'(은행나무)에 실린 천명관 인터뷰에는 '자기들만의 리그'를 만들어놓고 '선생님들'의 평가와 심사에 맞춰 작품을 생산해내는 문단에 대한 비판이 적나라하다. 천명관은 이런 말도 했다. "문학은 종교가 아니다."
'이것이 나의 도끼다'는 격월간 문학잡지 '악스트'(Axt)의 소설가 인터뷰 모음집이다. 천명관·공지영·듀나·이장욱·정유정·김연수·윤대녕·김탁환에 파스칼 키냐르·다와다 요코 등 외국 작가까지 10명의 인터뷰를 엮었다.
흔한 인터뷰·대담집과 달리 인터뷰어 역시 소설가 또는 번역가다. 악스트 편집진인 작가 배수아·백가흠·정용준과 번역가 노승영이 돌아가며 인터뷰했다. 동료인 탓에 양쪽 모두 솔직하고 깊이 있다. 대화에서 느껴지는 작가들의 개성도 좀더 뚜렷하다. 나이 마흔을 넘어 등단한 정유정은 간호대학에 다니며 작가의 꿈을 키운 얘기부터 평소 글쓰기 습관까지 털어놓는다.
"새벽 세 시에 일어나 커피 한 잔 마시고, 세수하고, 화장실에 다녀오고, 책상 앞에 앉아 이어폰을 꽂는다. 좋아하는 음악(주로 메탈)을 들으면서 완벽한 각성을 기다리는 거다. 그 사이 온갖 허무맹랑한 상상들이 머릿속을 오간다."
윤대녕은 자신의 창작동기가 내면의 절실함이라고 말한다. "작가인 내가 무엇을 가장 중요하고 절실하게 느끼냐는 겁니다. 작가는 바로 그 절실한 것을 절실한 방법으로 쓰면 되는 것입니다." 소설을 쓰는 행위는 지극히 아날로그적이라는 점에서 인간의 삶과도 맥락이 닿는다. "먹고 자고 사랑하고 꿈꾸고 고통을 받으며 거듭할 수밖에 없는 삶의 속성이 소설의 양식과 그대로 일치한다는 뜻입니다."
SF작가이자 영화 칼럼니스트인 듀나는 인터뷰를 새롭게 진행해 실었다. '악스트'는 작년 1·2월호에서 듀나의 작품은 언급하지 않고 그의 익명성과 신상에 대해서만 질문해 "순문학이 장르문학을 무시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새 인터뷰는 동료 SF작가 김보영이 했다. 372쪽. 1만5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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