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북한의 최대 명절이자 기념일인 '태양절(김일성 생일)'을 앞두고 다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가능성이 매우 큰 시기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두 가지 도발을 동시에 자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미국은 북한이 도발할 경우에 대비해 칼빈슨호 등 핵항모 전단을 한반도와 가까운 서태평양 해역에 재배치했다. 한반도 위기설을 촉발한 대북 선제타격 가능성은 처음보다 상당히 낮아진 분위기다. 북한이 ICBM을 쏘면 미국 핵항모 전단이 이를 요격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하지만 지금 한반도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은 물론이고, 한반도에 이해관계가 있는 미·중·일도 북한의 이번 태양절을 긴장감 속에 지켜보고 있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가 운영하는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는 13일 북한의 풍계리 핵 실험장이 6차 핵실험 준비를 마친 것 같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전날 촬영한 위성사진 분석 결과를 토대로 이 핵실험장을 "장전, 거총(Primed and Ready)" 상태로 표현했다. 뉴욕타임스(NYT)도 "새 위성사진을 보면 북한이 곧 6차 핵실험을 강행할 듯하다"면서 갱도 주변에 축구장 넓이의 암석 파편이 쌓여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핵실험을 하면 과거보다 그 규모가 훨씬 커질 것을 시사한다고 NYT는 덧붙였다. 그러나 겉으로는 북한에서 아직 긴장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태양절을 이틀 앞둔 이 날 북한은 외신 기자들을 모아 놓고 평양 여명거리 준공식을 했다. 여명거리는 북한 체제를 선전하기 위해 조성한 신시가지다. 특히 대북 제재의 무용함을 부각하는 데 목적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여동생 김여정과 최고위급 간부들을 대동하고 행사에 참석했다. 일본 NHK 방송은 김 위원장이 테이프 커팅을 하고 박수 치는 장면을 방영했다. 김 위원장이 외국 취재진에 근거리 촬영을 허용한 것은 아주 드문 일이다. 다분히 허세가 느껴지는 북한식 건재 과시인 것 같다.
북한이 이번 태양절에 맞춰 진짜로 핵실험을 할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확연히 달라진 중국의 분위기는 큰 변수가 될 듯하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의 중문판 자매지인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이날 '북한 핵포기·개방, 중국의 도움 있으면 위험하지 않다'라는 묘한 제목의 사설을 실었다.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하려는 첫 번째 목적이 정권의 안전 보장인데, 중국이 도와주면 핵을 포기해도 목적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 골자다. 중국이 도와줄 테니 핵을 포기하라는 얘기로 봐도 크게 이상하지 않다. 이 신문은 "원자탄과 ICBM을 정권 안전의 만능열쇠로 보면 오판"이라면서 다시 핵·미사일 시험을 하면 미국이 무력 대응할 가능성이 커져, 북한 정권의 생존도 문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 당국의 입장을 대변하는 관영지 사설로는 극히 이례적인 '노골적 겁주기'가 아닌가 싶다.
홍콩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이날 중국의 외교·군사 전문가들을 인용, 북한이 핵무기 개발로 외부의 군사공격을 받을 경우 중국이 방어해줄 의무는 없다고 보도했다. 이들 중국 전문가는 북한의 핵무기 개발이 북·중 동맹조약에 위배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중요한 것은 이런 민감한 발언들이 '중국의 창'인 홍콩 매체에 대서특필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핵이나 미사일 같은 전략적 도발을 더는 하지 말라는 강력한 대북 경고로 분석된다. 전날 시진핑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전화통화에서 북핵 문제를 상당히 심각하게 보고 있음을 시사했다. 지난주 정상회담에서도 두 정상은 2시간 넘게 단독 요담을 가졌다. 두 정상 사이에 어느 정도까지 북핵 논의가 진행됐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관영 매체들의 보도를 보면, 중국은 적어도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아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 북한이 또 핵실험을 하거나 ICBM을 발사하면 중국은 원유공급 중단 같은 치명적 제재에 동의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북한이 이런 정세 변화를 가볍게 보고 다시 '벼랑 끝' 도박을 한다면 이번엔 정말 명운을 걸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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