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일본 도시바(東芝)의 메모리 사업부문 인수에 대해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최 회장은 지난 13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과학기술원(KAIST) 서울캠퍼스에서 특강을 마친 뒤 "지금 진행되는 도시바 입찰은 바인딩(binding, 법적 구속력이 있는) 입찰이 아니라 금액에 큰 의미가 없다"며 "바인딩이 시작되면 본격적으로 달라지기 시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인수전에서 SK하이닉스의 예비입찰 금액이 다른 업체보다 작아 도시바 반도체 부문 인수가 불투명해지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마이니치신문은 최근 도시바 반도체 부문 인수 후보군으로 SK하이닉스, 대만 훙하이정밀공업(폭스콘), 미국의 웨스턴디지털(WD), 실버레이크파트너스 등 4곳으로 압축됐다고 보도했다.
폭스콘이 파격적으로 3조엔(약 31조원)을 입찰 금액으로 써내는 등 도시바 인수에 열을 올리는 가운데 SK하이닉스의 입찰 금액은 이보다 작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SK그룹의 수장이 향후 본입찰로 넘어가는 인수전에서는 밀리지 않겠다는 의사를 강하게 드러낸 것이다.
SK하이닉스는 일본의 재무적 투자자(FI)들과 손잡고 지난달 29일 마감된 예비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바는 지난 2월 메모리 반도체 사업부문의 매각 대상 지분을 19.9%로 제한해 입찰에 부쳤다가 흥행에 실패하자 이번에 매각 지분을 50% 이상, 최대 100%까지로 확대했다.
SK하이닉스의 도시바 인수전 참여는 반도체 사업을 키워가겠다는 최태원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전해졌다.
최태원 회장은 2012년 매물로 나온 일본의 반도체 업체 엘피다의 인수를 추진하다가 접은 바 있다. 엘피다는 미국 마이크론이 차지했다.
도시바는 현재 세계 2위의 낸드 플래시 생산업체다.
SK하이닉스는 작년 4분기 기준 낸드 플래시 시장에서 삼성전자, 도시바, 미국 웨스턴 디지털, 마이크론에 이어 점유율 5위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가 도시바 메모리를 품에 안으면 단숨에 2위로 뛰어오른다.
낸드 플래시는 전원이 꺼져도 데이터가 저장되는 메모리 반도체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의 저장장치에 주로 쓰인다.
도시바는 오는 5월 2차 입찰을 진행하고 6월 우선협상자 선정 등의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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