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안전판 보강안 제시…채무재조정 논의 급진전, 결론은 못 내려
실무진은 '밤샘 협상'…국민연금 14일 채무재조정 동의 여부 결정
(서울=연합뉴스) 구정모 박초롱 기자 = 대우조선해양[042660]의 채무 재조정 문제를 놓고 벼랑 끝으로 달려가던 산업은행과 국민연금공단이 서서히 이견을 좁혀나가는 모습이다.
산업은행은 국민연금 등 회사채 투자자가 채권 50%를 출자전환 해주고 나머지 50%는 만기를 3년 연장해 준다면, 만기연장분의 상환을 100% 약속한다는 협상안으로 막판 설득에 나섰다.
국민연금이 2020년부터 상환받는 회사채 2천억원가량은 반드시 받을 수 있는 장치를 만들어 준다는 내용이다.13일 채권단과 국민연금에 따르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강면욱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은 이날 오후 6시부터 대우조선 채무 재조정과 관련한 논의를 했다.
산은이 국민연금 등 모든 이해관계자의 채무 재조정을 전제로 대우조선에 2조9천억원을 투입하는 추가 경영정상화 방안을 발표한 지난 23일 이후 이 회장과 강 본부장이 얼굴을 맞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민연금은 대우조선 회사채 1조3천500억원 가운데 3천900억원(29%)을 보유하고 있어 국민연금이 반대한다면 오는 17∼18일 열리는 대우조선 사채권자 집회는 실패로 끝나고, 대우조선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인 P플랜(Pre-packaged Plan)에 들어가야 한다.
국민연금은 14일 투자위원회를 열어 대우조선 채무채조정 동의 여부를 결정하기로 한 상황이라 남은 시간이 많지 않았다.
국민연금의 결정을 하루 앞두고 전격적으로 이뤄진 두 사람의 면담은 오후 9시 10분께 마무리됐다.
이 회장과 강 본부장의 면담 이후에는 산은과 국민연금의 실무진이 바통을 이어받아 추가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날 논의의 핵심은 국민연금 등 사채권자의 우선 상환권을 처리 방식이었다.
앞서 산은은 국책은행이 대우조선에 지원하는 신규자금 2조9천억원 중에서 별도로 에스크로(거래대금 예치) 계좌를 만들어 회사채 상환자금을 미리 확보해두겠다는 제안을 했다.
산은은 국민연금이 만기를 3년 유예해주는 회사채를 100% 회수할 수 있도록 '안전판'을 보강하는 카드를 들고 국민연금을 만났다고 한다.
이동걸 회장은 "회사채 상환일이 임박하면 사채권자들이 받아야 할 금액을 미리 에스크로 계좌에 넣는 식으로 짜임새 있게 운영할 것이라는 점을 국민연금에 설명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회사채 50%에 대한 만기를 연장해 준다 해도 대우조선이 망하지 않고 살아남아 회사채를 갚을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을 갖고 있다.
만약 대우조선이 법정관리를 거쳐 청산된다면 출자전환을 통해 받은 주식이 휴짓조각이 됨은 물론 물론 만기연장 회사채도 다시 채무조정 대상이 된다. 대우조선이 지금 P플랜에 들어간다면 원금 10%는 건지지만 잘못하면 10%도 못 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사채권자들은 (대우조선의 선박 건조 대금 등이) 제때 들어올 수 있을지 의구심을 가질 수 있다"며 "(강 본부장과의 면담에서) 그런 부분에 대해 신뢰를 더 심어줬다"고 말했다.
산은은 신규수주가 부진하고 자구안 이행이 지연되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회사채 상환을 시작해야 하는 2020년에는 대우조선이 자금을 2조원 이상 확보하게 된다는 실사 결과를 강조하고 있다.
산은은 일단 이번 만남을 긍정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산은은 "현재까지 합의된 바는 없으나 양 기관 수장들이 만난 것 자체가 상황 호전을 의미하는 것이며, 내일 보다 진전된 결과가 나올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정을 앞둔 국민연금을 말을 아꼈다.
그러나 두 기관 실무진이 '밤샘 협상'을 각오하고 논의를 하고 있다는 점에서 합의 도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cho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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