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 부활절 앞두고 마피아 내부고발자 발 씻겨줘

입력 2017-04-13 23:30  

프란치스코 교황, 부활절 앞두고 마피아 내부고발자 발 씻겨줘

"우리 모두가 죄인…재소자들에게 너무 가혹한 심판 안돼"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프란치스코 교황이 부활절을 앞두고 마피아 내부 고발자들의 발을 씻겨주는 의식을 거행한다.

교황은 13일 오후(현지시간) 마피아 변절자들을 수용하고 있는 이탈리아 로마 근교의 팔리아노 교도소를 방문, 재소자 12명 앞에 무릎을 꿇고 이들의 발을 씻겨줄 예정이다.

부활절을 사흘 앞둔 성(聖) 목요일에 진행되는 이번 의식은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히기 전날 밤의 최후의 만찬 때 제자들의 발을 씻겨준 데에서 유래된 것으로, 사회의 가장 낮은 자들을 섬긴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세족식 대상에는 여성 3명과 이슬람 신자 1명, 종신형을 선고받은 재소자 2명도 포함돼 있다. 이슬람 신자는 6월에 가톨릭 세례를 받을 예정이라고 교황청은 전했다.

세족식은 교황이 이들의 발을 씻어준 뒤 수건으로 물기를 닦고, 이들의 발에 입을 맞추는 순서로 진행된다.

교황의 이날 방문은 이탈리아에서 유일하게 마피아 변절자들을 수용하는 팔리아노 교도소의 특성을 고려, 보안을 이유로 비공개로 이뤄진다고 이탈리아 언론은 보도했다.

전직 마피아 고위 조직원을 포함해 약 70명을 수용하고 있는 이 교소도의 재소자는 마피아 범죄 적발을 위해 사법 당국에 협조한 대가로 대부분 단축된 형기를 살고 있다.

재소자에 대한 교화와 갱생의 필요성을 평소 강조해온 교황은 즉위 첫 해인 2013년 성목요일의 세족식 장소도 미성년 범죄자들을 수용하고 있는 소년원으로 결정한 바 있다.

교황은 이듬해 성목요일에는 노인과 장애인들, 2015년에는 교도소 재소자들, 작년에는 난민들의 발을 각각 씻겨주며 사회의 가장 주변부에 있는 사람들에게 낮은 자세로 다가갔다.






한편, 교황은 이날 발간된 이탈리아 일간 라 레푸블리카와의 인터뷰에서 "모두가 어떤 방식으로든 실수를 저지른다. 우리 모두가 죄인이지만 예수는 자비로 우리를 용서하셨다"며 교도소 수감자들에게 너무 가혹한 심판을 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14일에는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혀 죽기 전에 골고다 언덕에 십자가를 짊어지고 갔던 고난을 상징하는 '십자가의 길' 의식을 로마 콜로세움 인근에서 재현하고, 15일에는 부활절 전야 미사, 16일에는 부활절 미사를 각각 집전한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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