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간 철수후 규모 줄인 경찰병력으로 대체…아동성범죄·콜레라로 '얼룩'
(유엔본부=연합뉴스) 김화영 특파원 = 유엔이 13일(현지시간) 카리브해 빈국 아이티에 13년간 파견했던 평화유지군의 철수를 결정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이날 회의에서 아이티 평화유지군(MINUSTAH)의 파견을 오는 10월 15일로 끝내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현재 2천370명 규모인 MINUSTAH는 앞으로 6개월 동안 단계적으로 줄어든다.
후에는 치안과 현지 경찰훈련을 위해 2년 일정으로 1천275명 규모의 유엔 경찰병력(MINUJUSTH)이 파견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엔 분담금 삭감을 천명한 후 안보리는 상임이사국인 미국 주도로 전 세계 16곳의 유엔 평화유지활동을 재검토 중이다.
아이티에서의 철수는 최근 아프리카 콩고민주공화국(민주콩고)의 평화유지병력을 18% 줄이기로 한 데 이어 나온 것이다.
앞으로 아프리카 라이베리아, 코트디부아르, 수단 다르푸르에 파견한 평화유지군이 연쇄적으로 축소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아이티에 대한 조치는 아이티의 정국이 평화유지군의 도움이 필요 없을 정도로 정상화됐다는 판단에 근거하고 있지만, 이곳 평화유지군의 광범위한 성범죄를 단죄하는 의미를 지닌다.
전날 AP통신의 보도를 통해 아이티 주둔 평화유지군 가운데 최소 134명이 2004∼2007년 9명의 12∼15세 미성년자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유엔 조사보고서 내용이 공개됐다. 가해자의 대부분은 귀국했을 뿐 처벌되지 않았다.
12년간 세계 도처에서 유엔 평화유지군과 직원이 저지른 성폭행, 성 착취 등 성범죄는 2천 건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2010년에는 평화유지군의 일원으로 주둔한 네팔군 기지로부터 콜레라가 퍼지면서 아이티 전국에서 9천500명 이상이 사망하는 참극이 빚어졌다.
안보리 회의에서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평화유지군의 아동 성범죄에 대해 "그 아이들에게 무엇이라고 말하겠는가. 평화유지군이 안전하게 지켜준다고 말할 수 있는가"라며 "(이런 범죄는) 멈춰져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가해 군인의 파견국을 상대로 처벌을 계속 요구하겠다고 덧붙였다.
안보리는 지난 2004년 당시 장 베르트랑 아리스티드 대통령이 권좌에서 축출된 후 정국 안정을 위해 유엔 평화유지군과 경찰력을 파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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