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핵실험 내일 최대 고비…美 선제타격 가능성 거론

입력 2017-04-14 11:15   수정 2017-04-14 11:19

北 핵실험 내일 최대 고비…美 선제타격 가능성 거론

김일성 생일 앞두고 실험 준비 완료 관측

美 NBC "핵실험 임박 경우 선제공격 가능"

北, 핵실험 접고 열병식으로 '위력과시' 할수도



(서울=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북한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군사적 압박에 맞서 6차 핵실험을 준비하는 정황을 보여 한반도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개방과 핵 개발의 갈림길에 선 북한이 핵실험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할 경우 트럼프 행정부는 예고한 대로 어떤 형태로든 군사 행동에 돌입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는 지난 13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이 '장전 및 거총'(Primed and Ready) 상태라며 핵실험 준비를 마친 것으로 분석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김일성 주석의 105주년 생일인 이달 15일에 6차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북한은 5차 핵실험도 작년 9월 9일 정권 수립 기념일에 했다.

한미 군 당국은 북한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의 2번(북쪽), 3번(남쪽) 갱도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등 지휘부의 결심만 서면 언제든지 핵실험이 가능한 상태라고 평가하고 있다.

북한의 1차 핵실험(2006년 10월9일)은 1번 갱도에서, 2차(2009년 5월25일)·3차(2013년 2월12일)·4차(2016년 1월6일)는 2번 갱도에서 실시됐다. 지난해 9월 5차 핵실험 장소도 4차 핵실험이 이뤄졌던 곳에서 400~500m 떨어져 있다.

이번에 북한이 6차 핵실험을 할 경우 증폭핵분열 등의 기술을 활용해 위력을 극대화함으로써 핵탄두 소형화의 완성 단계에 들어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미국 본토에 핵 공격을 하려면 투발 수단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함께 소형화된 핵탄두가 필수적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이 미국 본토에 대한 핵 공격 능력을 확보하는 데 성큼 다가서는 것을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미국은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 등 외교적 대응에 주력하고 군사적으로는 전략무기의 한반도 전개와 같은 무력시위 정도에 그쳤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다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숀 스파이서 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지난 11일 정례브리핑에서 "우리가 가장 원치 않는 게 바로 미국 본토 해안까지 위협하는 핵보유국 북한"이라며 북한의 도발에 대한 '비례적 대응'을 예고한 바 있다.

스파이서 대변인이 언급한 비례적 대응은 북한의 고강도 도발에 대해서는 고강도 대응을 한다는 것으로,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경우 핵 시설 정밀 타격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낳았다.


미국은 최근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응징 조치로 화학무기를 탑재한 전투기가 출격한 공군기지에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59발을 발사했다.

시리아를 융단 폭격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아프가니스탄에서 활동 중인 수니파 이슬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의 근거지에 재래식 폭탄 가운데 가장 위력이 강한 GBU-43을 투하했다. 미국의 군사정책과 공격 양상이 확연하게 공세적으로 변모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잇따른 군사 행동은 트럼프 정부가 가장 우려하는 위협 요소인 6차 핵실험과 ICBM 도발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는 북한 정권을 억제하기 위한 강력한 경고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 미 NBC 뉴스는 북한의 핵실험이 임박했다는 확신만 있어도 미국은 토마호크 미사일을 비롯한 재래식 무기로 북한을 선제공격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김일성 생일을 전후로 미국의 니미츠급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CVN 70)가 한반도 주변 해역에 도착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칼빈슨호의 한반도 전개가 "북한의 추가 도발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북한의 도발 응징에 칼빈슨호를 투입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칼빈슨호가 응징에 나설 경우 F/A-18 슈퍼호넷을 비롯한 함재기로 북한 핵심 시설을 정밀 타격하거나 칼빈슨 항모강습단에 속하는 구축함과 순양함이 토마호크 미사일을 발사하는 방식이 될 수 있다. 북한의 촘촘한 방공망 때문에 유인 폭격기보다는 순항미사일이 아군 피해를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미국은 핵실험 이후 ICBM 추가 도발 가능성에 대응해 B-1B 전략폭격기와 항모, 이지스 구축함, 핵추진 잠수함 등 전략무기를 한반도에 전진 배치할 가능성도 커 보인다.

이 때문에 북한은 어느 때보다 큰 대가를 치를 수 있는 핵실험과 같은 무모한 도발보다는 중·단거리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등 중·저강도 도발로 미국의 의지를 떠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이 중·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미국은 이지스 구축함에 탑재한 SM-3 요격미사일 등으로 요격함으로써 북한에 대한 강력한 억제 의지를 과시할 수 있다.

북한이 긴장 수위만 높여 놓고 결정적인 순간에 핵실험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 북한이 철저하게 기습적으로 감행한 4∼5차 핵실험과는 달리 이번에는 마치 보라는 듯 핵실험 준비 동향을 노출한 것도 이런 전망에 힘을 싣는 요인이다.

이 때문에 북한이 돌이킬 수 없는 파장을 부를 수 있는 6차 핵실험보다는 신형 전략무기 등을 대거 동원한 열병식을 벌인 뒤 '핵보유국'이 됐다며 대대적으로 선전하는 방법을 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정부가 북한에 대한 군사적 압박 강도를 높이는 한편 중국을 움직여 북한의 행동 변화를 끌어내는 전략을 펼침에 따라 북한은 중대한 기로에 서게 됐다.

ljglor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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