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4차 산업혁명에 몰입…지능정보사회 대비 과제
민간 주도 여건 조성 필요…스타트업 투자 활성화도 급선무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제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응은 차기 정부가 비전을 제시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로 꼽힌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센서 네트워크 등 정보통신기술(ICT)과 인프라가 산업, 복지, 교육 등을 포함한 다양한 분야와 결합해 '지능정보사회'를 구축할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 주요국들은 이런 흐름에 대응하는 정책을 몇 년 전부터 마련해 열심히 뛰고 있다.
이에 따라 차기 정부는 정부와 민간의 역할 구분을 통해 혁신 역량을 키우는 한편 전략 분야를 잘 선정함으로써 4차 산업혁명의 물결에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특히 데이터 산업에 대한 규제를 풀고 클라우드 서비스 활성화를 추진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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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차 산업혁명 물결 올라탄 주요국들 = ICT 기기의 발달로 생산라인이 자동화하는 20세기 후반의 3차 산업혁명에 이어 이제 막 시작된 흐름이 4차 산업혁명이다.
인간·컴퓨터·기계의 실시간 연결을 토대로 ICT 영역이 결합하는 '사이버-피지컬 시스템'(CPS)이 핵심 역할을 하며, 이를 통해 새로운 산업과 서비스가 태어나고 있다.
미국의 경우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고급 제조 파트너십'(AMP), '스마트아메리카 챌린지', '브레인(BRAIN) 이니셔티브' 등의 프로젝트를 민간과 정부가 함께 추진하고 있다.
전통적 제조업 강국인 독일은 '산업 4.0'(Industrie 4.0)과 '하이테크 전략 2020'을, 제조업과 로봇공학에 강점을 지닌 일본은 '신산업구조'와 '인텔리전트 ICT'를 각각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일본은 '로봇혁명 이니셔티브 협의회'도 가동중이다.
중국 정부는 제조업과 전통산업에 첨단 ICT를 결합하는 '중국 제조 2025' 정책과 '인터넷 플러스' 정책을 밀고 있으며 바이두·텐센트·알리바바 등 민간업체들은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연구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수영 카이스트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은 사람이 잘 해온 일까지도 기계가 하게 된다는 점에서 1·2·3차 산업혁명과 큰 차이가 있으며 이 때문에 사회 전반의 의식 변화가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 백화점식 정부 대책…차기 정부 어깨 무겁다 = 미래창조과학부는 올해 초 업무계획 보고에서 ▲ 지능정보기술로 제4차 산업혁명 선제적 대응 ▲ 스타트업 생태계 공고화로 창조경제 성과확산 ▲ 현장중심 정책추진으로 과학기술·ICT 역량 강화 ▲ 융합과 혁신으로 신산업·신서비스 창출 등을 '4대 전략'으로 제시했다.
업무계획 자체가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전방위 대응에 맞춰져 있는 셈이다.
다만 백화점식 정책 나열이라는 비판도 없지 않다. 우리 정부의 성장동력산업 발굴·육성 계획은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상황에 맞춰 조금씩 변해 왔다. 참여정부의 '10대 성장동력 분야'가 이명박 정부에서는 '17대 신성장동력'으로 확대됐으며 박근혜 정부는 이 중 일부 분야를 가감해 '19대 미래성장동력'을 제시했다.
차기 정부는 이런 미션 중심 계획 수립에 그치지 않고 연구자들과 민간기업의 창의성과 자율성을 존중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과학기술계와 산업계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이명철 한국과학기술한림원장은 "국가가 중점 지원해야 할 바이오·에너지·ICT·환경·국방·우주항공 등은 기존처럼 미션 중심의 연구과제 기획이 필요하지만 기초와 원천연구에서는 연구자들의 자율성을 제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빅데이터와 클라우드 서비스 등 4차 산업혁명의 중심이 될 분야에 대한 엄격한 규제를 풀고 신산업을 장려하는 정책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민화 창조경제연구회 이사장은 "우리나라는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인 '현실과 가상의 융합'에 필요한 연결 도로인 클라우드 서비스에 분야별로 바리케이드를 쳐 놓았다"고 비판하며 정부가 관련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수영 교수는 "미국은 구글·마이크로소프트·애플 등이 데이터를 갖고 있어 민간 주도로 데이터 기반 신산업이 창출되고 있으나, 우리나라는 그런 여건이 아닌만큼 데이터를 정부가 만들거나 공개해서 민간 기업들과 사람들이 연구개발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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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거 정책 실패 거울 삼아야…스타트업 투자 활성화 과제 = 과거 과학기술·ICT 정책의 실패 사례를 거울로 삼고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명박 정부에서 시작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의 경우 지역 안배 등을 둘러싼 마찰로 입지 선정이 늦어지면서 파행이 이어지고, 결국 당초 2012∼2017년이었던 사업 기간이 4년간 연장됐다. 지나친 정치적 고려로 사업이 장기간 지연된 것이다.
박근혜 정부가 강조해 온 스타트업 장려 정책은 민간의 자생력을 키우는 방향으로 대폭 업그레이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이경전 경희대 경영학과 교수는 "4차 산업혁명을 이끌어갈 스타트업들에 대한 투자 정책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민간 벤처캐피털(VC)의 투자를 활성화해야 하는데 정부 주도인 현재 스타트업 투자 시스템을 바꾸기가 쉽지 않다"며 "시장경제 원리에 맞게 하면서도 (VC투자의) 수익성을 높여서 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별로 대기업을 끼고 반관반민(半官半民) 체제로 만들어진 창조경제혁신센터의 운영 방향을 민간 주도형으로 바꾸고 스타트업 위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민화 이사장은 "우리나라는 2000년 초 이후 '창업 빙하기'였으나 창조경제 정책을 통해 이를 벗어난 것은 큰 성과"라며 "다만 창조경제혁신센터는 기존의 '테크노파크'와 역할 차이가 없었고 인큐베이터·액셀러레이터 등도 이미 많이 있어서 옥상옥이 돼 버렸다는 점에서 큰 실패"라고 비판했다.
solat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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