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6~7일 세종문화회관 콘서트…6월 새앨범 내고 미국 투어 추진
"탄핵 인용되고 집에 연습실 차려…새노래 부르고 싶어졌죠"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광화문 촛불집회 무대에 세 차례 오른 가수 전인권(63)의 자택은 청와대 인근 삼청동이다.
최근 삼청동에서 만난 전인권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퇴거하던 날의 기억을 떠올렸다.
"방송으로 떠나는 모습을 봤죠. 두 번 모두 본인 뜻과 관계없이 청와대에서 나가니 1970년대를 아는 세대로서 다시 시대의 참담함을 느꼈어요. 물론 연민을 느낀 사람들도 있겠지만요."
시국을 위로한 상징적인 가수가 됐다고 하자 촛불집회에 오른 건 그저 주최측이 "여러 번 불러줘서"라고 했다.
1980년대 그가 몸담은 들국화의 음악이 민주화를 열망하는 청년들의 분출구가 됐다면, 그가 지난겨울 촛불집회에서 부른 '애국가'와 '행진', '걱정말아요 그대'는 광장에 집결된 촛불 민심을 응원했다.
"무대에 오르니 정말 굉장했어요. 진정성이 대단했죠. 가장 중요한 건 진정성이었어요. 그게 그대로 보였고…."
지난 1월 안산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1000일 추모 음악회'에서 유가족을 위로한 그는 세월호 3주기를 맞아 제주에서 열리는 '4월꽃, 제주기억문화제'의 15일 공연에 참여한다.
그는 "인양된 세월호를 보며 그 부모 마음이 어떻겠나. 맥도날드 간판의 노란 색깔만 봐도, 하얀 운동화만 봐도 가슴이 철렁할 텐데"라며 "그땐 국민이 하나가 돼 함께 아팠다. 나도 말하면서 울컥한 건 세월호 추모 무대가 처음이었다. 그러니 그(제주) 무대는 안 설 수가 없다"고 말했다. 세월호가 큰 슬픔을 안김과 동시에 숙제를 남겼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도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있었을 것이라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는 "너무 나와 (생각이) 다른 정권이라 명단에 올랐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기획사 대표가 정부 산하 단체 지원을 받으려고 신청해도 다 떨어졌으니까. 하지만 개의치 않는다. '걱정말아요 그대'가 사랑받았고 작년부터 공연도 잘 됐다"고 말했다.
◇ "대선 직전 공연, 잘 해보려고요"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이 인용된 후 그는 집에 연습실을 차렸다. 세상이 바뀌었으니 새로운 음악을 만들고 부르고 싶어졌기 때문이다.
"사운드가 뒤처지지 않으려고 기타 앰프도 영국 밴드 퀸이 쓰던 브랜드로 들여오고 악기도 최고 좋은 거로 샀어요. 전인권밴드 멤버들과 집에서 연습하고 곡 작업을 하죠. 기초부터 튼튼히 하자고 다짐해 드럼과 제가 먼저 연습하고 기타와 베이스가 와서 사운드를 입혀줘요."
과거 들국화도 그의 집을 둥지 삼아 곡 작업을 하고 연습했다.
그는 "(이혼한) 마누라가 밉지만, 멤버들 밥을 해주고 그랬던 건 참 고맙게 생각한다"고 웃었다.
전인권밴드 멤버들은 이곳 문턱을 밟는 일이 잦아졌다. 이들은 5월 6~7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단독 콘서트 '새로운 꿈을 꾸겠다 말해요'를 앞뒀고 6월 중순 새 앨범을 선보일 예정이다.
"공교롭게도 5월 9일 대통령 선거 직전 광화문 인근에서 공연을 하네요. 허허"
공연 일정을 잡고 보니 대선과 맞물리게 돼 "날짜를 미루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하자 공연기획사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전쟁이나도 전인권 공연은 합니다."
그는 "농이라도 공연기획사의 의지가 너무 고마웠다"며 "공연하는 사람들에게 적인 선거·연휴가 다 끼었더라. 성의를 다해주고 용기를 북돋워 주니 정말 잘 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그가 세종문화회관에서 자신의 이름을 걸고 단독 공연을 여는 것은 처음이다. 물론 들국화 시절에는 이 무대를 밟아봤다.
공연 제목인 '새로운 꿈을 꾸겠다 말해요'는 '걱정말아요 그대'의 노랫말에서 따왔다. 지난해 힘겨운 시기를 이겨낸 사람들이 새봄 새로운 꿈을 꿨으면 좋겠다는 희망에서 전인권이 붙인 제목이다.
그는 "지난겨울 어지러운 시국이 준 피로감을 떨쳐버리길 바란다"며 "들국화와 전인권밴드의 대표곡뿐 아니라 평소 즐겨 부르던 록 넘버를 선곡했다. 박정희 정권 시절에는 대중적인 인기 곡을 '3천만 호구송'이라 불렀는데 그런 곡들"이라고 말했다.
◇ "로엔과 손잡고 앨범…미국 투어 도전해요"
새 앨범은 대형 음반유통사 로엔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내기로 했다.
자작곡은 물론 작곡가 박근태를 프로듀서로 소개받아 데모곡도 받고 있고, 전인권밴드 기타리스트인 신윤철의 곡도 넣을 예정이다. 공연에서 간간이 노래하던 베이시스트 민재현에게 노래도 시키겠다고 했다.
그는 "프로듀서를 기용한 적이 없는데 박근태 작곡가와 음악적인 얘기를 나눠보니 통하더라"며 "그의 곡을 받아 내가 가사도 써볼 것이고, 어두운 음색이 매력인 민재현에게 노래도 시켜보며 기가 차게 만들어보고 싶다"고 자신했다.
전인권밴드는 또 미국 공연도 추진 중이다. 6~7월 사이 보름간 4개 도시를 도는 일정을 계획하고 있다. 단, 2년 전 미국 공연을 추진했다가 그의 마약 전력으로 비자 발급이 안되며 공연이 불발된 적 있어 해결해야 할 문제는 남아있다.
그는 "들국화 시절이던 1986년 겨울 미국에 공연하러 갔으니 30년 정도 됐다"며 "다른 밴드와 합동 공연인 줄 알았는데 가서 보니 우리가 오프닝 밴드였다"고 웃었다.
그는 자신이 매일같이 노래하고 연습하는 이유도 세계 속의 한 사람이 되고 싶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제 음악을 세계에 히트시키겠다는 게 아니에요. 매너리즘을 버리고 세계 시장에 내놓아도 꿀리지 않는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는 의미죠. 서구의 팝은 우리와 다른 에너지와 리듬이 있어요. 가장 중요한 건 리듬이죠. 리듬을 잘 탈수록 재미있고 성취감이 있어요."
요즘 그의 또 다른 기쁨은 갓 태어난 둘째 손녀다. 카톡 프로필에도 손녀 둘의 사진을 넣어뒀다.
1남 1녀를 둔 그는 "딸이 둘째를 낳았는데 너무 예쁘다. 군대 간 아들은 지금 말년 휴가를 나왔는데, 남자 둘이 강된장 컵밥에 빠졌다"고 웃었다.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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