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대 응급실 5시간 지체 후 "괜찮다"…이튿날 동네 소아과서 골절 확인
(진주=연합뉴스) 지성호 기자 = 경남 진주 경상대학교병원이 응급실을 찾은 낙상 유아 신체검진을 5시간 가까이 지연하면서 원인을 찾지 못하고 퇴원시켜 보호자가 분개하고 있다.
A(27·주부)씨가 7개월 된 아기를 안고 이 병원 응급실을 방문한 건 지난 6일 오후 8시께다.
1m가량 높이 침대에서 놀던 아기가 떨어져 귀 옆과 머리 부분에 상처가 났고 자지러지며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응급실 의료진은 엑스레이 촬영을 권했고 40여 분 만에 겨우 촬영했다. 결과를 받기까지는 또 수 십분이 흘렀다.
의료진은 '아기의 머리 쪽에 금이 간 것 같다'며 컴퓨터단층촬영(CT)을 다시 권했다.
하지만 아기가 촬영을 위해 먹어야 하는 조영제를 수차례 토하는 바람에 잠이 들지 않아 2시간 가까이 지체했다.
A 씨가 겨우 아기를 잠재운 뒤 의료진에 촬영을 요구했는데 뜻밖의 답변이 되돌아 왔다.
'컴퓨터단층촬영 촬영실에서 전화를 받지 않는다'는 이유로 기다리라는 것이었다.
다급한 마음을 달래며 한참을 기다려 촬영을 마쳤다.
얼마후 담당 의사가 와서 "아기는 괜찮다 잘 지켜보라"고 결과를 알려줘 응급실을 찾은 지 5시간여 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아기는 밤새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뒷날 아침 아기 옷을 갈아 입히는데 어깨 쪽 쇄골 부분이 빨갛게 부어올라 있어 집 근처 소아과를 방문, 진료를 받았다.
이곳에서 엑스레이를 찍어 본 결과 쇄골이 부러진 것으로 밝혀졌다.
16일 A 씨는 "낙상 아기에 대해서는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살피는 것이 기본인데 최고 진료기관에서 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고 진료기관 응급실에서 각종 촬영 시간을 지연하면서도 원인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치료하지 못했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병원 응급실의 대처에 대해 다른 소아과 전문의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전문의는 "응급실에서 5시간 가까이 환자 검사를 지체하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만약 그동안 무슨 일이 발생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펄쩍 뛰었다.
그는 "아기가 조영제를 토하면 마취를 해서라도 촬영하고 원인을 알아내 치료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경상대학교병원 측은 "아기의 쇄골이 부러진 것은 상당히 안타까운 일"이라며 "첫 진료 때 아기가 의사 표현을 못하고 많이 울어 검진에 애로가 많았다"라고 해명했다.
이어 "당시 수면 유도제를 처방했지만, 아기가 울면서 약을 다 토하고 잠이 들지 않아 1시간 20분가량 검사 시간이 지연됐다"라며 "전체 시간은 3시간 30분 정도 걸렸다"라고 시인했다.
대학병원 측은 "아기 퇴원 때 부모에게 혹시 아기가 토하거나 다른 이상이 발견되면 즉시 응급실로 방문해 달라는 안내를 했다"고 덧붙였다.
shch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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