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과 사이 틀어진 뒤 의혹 제보…최씨 머물던 서울구치소 수감
(서울=연합뉴스) 이지헌 기자 = '비선 실세' 최순실(61)씨의 국정농단을 처음 폭로한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가 15일 법원의 영장 발부로 결국 구속돼 공직 인사개입과 사기 혐의 등을 받는 수감자 신세로 전락했다.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등에서 메달을 딴 펜싱 국가대표 선수 출신인 고씨는 은퇴 이후 여러 일에 종사하다 패션업계에 발을 들였고, 최씨와 알게 돼 그를 도왔다.
최씨의 개인회사 더블루케이의 이사로 활동할 정도로 최씨의 최측근이었다.
최씨는 형사재판에서 자신이 준 전세보증금 등을 지원받아 고씨가 생활했고 그를 위해 더블루케이를 차려 일하도록 도와줬다는 주장을 폈다. 두 사람이 부적절한 관계였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최씨와 고씨 사이가 멀어진 것은 2014년 후반께부터다. 고씨는 작년 12월 국회 청문회에서 사이가 틀어진 이유를 "모욕적인 말과 밑의 직원들을 사람 취급 안 하는 행위를 많이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씨 측은 재판에서 고씨와 그 지인 일부가 자신들의 이권 사업을 꾸미거나 미르·K스포츠재단 장악과 돈을 요구하면서 관계가 나빠졌다고 진술했다.
고씨는 관계가 악화하자 최씨가 운영한 강남 의상실에 폐쇄회로(CC)TV를 설치한 뒤 최씨의 행동을 촬영한 영상자료와 각종 문건을 언론에 제보하기도 했다.
"최씨가 가장 즐겨하는 취미는 대통령 연설문 고치기"라는 '연설문 수정 의혹' 언론 보도도 고씨 입에서 나왔다.
고씨의 제보는 작년 10월 말 JTBC의 태블릿PC 보도와 맞물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면 위로 폭발시킨 도화선이 됐다.
이후 검찰 수사 협조와 청문회 증언 등으로 그는 일반 시민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관심의 초점이 됐다.
그러나 고씨는 최씨의 측근으로 지낼 당시 최씨의 영향력을 등에 업고 자기 이권을 챙겼다는 의혹을 샀다.
검찰은 그가 인천본부세관 이모 사무관으로부터 가까운 선배를 세관장으로 승진시켜 달라는 인사 청탁과 함께 2천만원을 받은 혐의(알선수재)를 포착해 11일 저녁 체포한 뒤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주식 투자금 명목으로 8천만원을 빌렸다가 갚지 않은 혐의(사기), 지인들로부터 끌어모은 2억원을 투자해 불법 인터넷 경마 도박 사이트를 공동 운영한 혐의(한국마사회법 위반)도 있다.
법원이 이날 구속영장을 발부하면서 고씨는 얼마 전까지 최순실씨가 머물던 서울구치소에 갇히는 신세가 됐다. 최씨는 지금은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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