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대미 무역흑자·경상수지 흑자 2개 요건 해당…외환정책 투명성 등 권고받아
한·중·일·독·대·스 등 6국 모두 관찰대상국 분류 유지
(워싱턴·세종=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김수현 기자 = 미국 정부가 14일(현지시간) 한국의 환율 관찰대상국 지위를 유지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대로 중국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았다.
미 재무부는 이날 발표한 반기 환율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 내놓은 이번 보고서에서 미국은 관심이 쏠렸던 중국을 지난해 10월과 마찬가지로 '관찰대상국'으로 분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기간 "당선되면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말했지만, 북핵 해결을 위한 중국의 협력을 끌어내기 위해 사실상 백지화했다.
그는 지난 12일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은 최근 몇 개월 간 환율을 조작하지 않았다"며 "그들은 환율조작국이 아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지금 지정하면 북한의 위협과 관련한 중국과 대화를 위험하게 할 수 있다"며 무역보다 북핵 해결을 우선하겠다는 방침을 강조했다.
미 재무부는 지난해 10월 발표 때와 마찬가지로 한국과 중국을 포함해 일본, 대만, 독일, 스위스 등 6개국을 관찰대상국으로 분류했다.
교역촉진법상 미국은 ▲ 현저한 대미 무역흑자(200억 달러 초과) ▲ 상당한 경상수지 흑자(GDP 3% 초과) ▲ 지속적 일방향 시장개입 등 3대 요건을 기준으로 환율조작국(심층분석대상국)을 지정한다.
미국은 매년 4월과 10월 두 차례 환율보고서를 발표한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미국의 해외민간투자공사 신규 자금 지원과 조달 참여가 금지되며, 추후 무역협상 개시 여부를 결정할 때 고려사항에 포함된다.
이번에 한국은 3대 요건 중 ▲ 대미 무역흑자(2016년 277억 달러) ▲ 경상수지 흑자(GDP 7%) 등 2개 요건에 해당해 관찰대상국으로 다시 분류됐다.
중국은 대미 무역흑자(2016년 3천470억 달러) 요건만 충족했지만, 지난해 4월 관찰대상국으로 분류된 바 있어 이번에도 관찰대상국 지위가 유지됐다.
미국은 한 번 관찰대상국에 지정하면 최소 2번까지 연속해서 보고서상 관찰대상국 지위를 유지한다.
보고서는 한국의 무역 흑자와 관련해 양국 간 지속적인 대규모 무역 불균형이 우려된다고 언급했다.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지난해 GDP 대비 7%로 높은 수준이지만 서비스수지 적자 확대, 상품수지 흑자 감소 등의 영향으로 약간 줄었다고 평가했다.
보고서는 외환시장 개입과 관련해 지난해 하반기 한국 외환당국이 환율 상승과 하락을 방어하기 위해 양방향으로 개입했다며 이는 시장개입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다.
아울러 지난해 전반적으로는 과도한 환율 상승에 대응해 매도 개입한 것으로 평가된다며 "이는 과거 수년 간 환율 하락 방지를 위한 비대칭적 개입과 상당히 대조적"이라고 평했다.
미국은 한국에 ▲ 외환시장 개입은 예외적인 상황으로 제한 ▲ 외환정책의 투명성 제고 ▲ 충분한 재정 여력을 활용한 내수 활성화 추진 등의 정책을 권고했다.
특히 국제통화기금(IMF) 분석을 인용해 그간 한국이 재정보강 정책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GDP 대비 0.2%, 올해 GDP 대비 0.5% 정도의 재정 긴축 효과가 예상된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재정 건전성을 고려할 때 추가적인 경기 보완을 위한 재정 여력이 있다"며 "경제 성장 촉진을 위해 가능한 모든 정책을 활용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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