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솔 지휘관 관등성명 첫 공개…배 나온 간부들 힘겹게 행진도
(서울=연합뉴스) 지성림 기자 =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15일 개최된 김일성 105주년 생일 기념 북한군 열병식에서는 각 군종 사령관, 군단장 등 고위 간부들이 직접 열병부대를 인솔하는 등 예전과 다른 형식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열병식 시작에 앞서 검은색 리무진을 타고 김일성광장 주석단 뒷문에 도착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육·해·공·노농적위군 의장대의 사열을 받으며 주석단에 입장했다.
흰색 넥타이에 검은색 양복 차림의 김정은이 주석단에 등장하자 김일성 광장을 가득 메운 군인들이 환호와 함께 '김정은 결사옹위', '조국통일', '위대한 김정은 동지를 수반으로 하는 당중앙위원회를 목숨으로 사수하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북한군 군악대의 연주와 육·해·공·노농적위군 의장대의 입장으로 광장 분위기가 달아오르는 가운데 김정은은 연신 환하게 웃거나 박봉주 내각 총리, 리명수 총참모장 등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인공기와 노동당기 게양 이후 위성일 육군 상장(별 3개)이 박영식 인민무력상에게 "열병부대들이 열병식 준비 검열을 받기 위해 정렬했다"고 보고했다.
열병부대들을 사열하고 주석단 앞으로 돌아온 박영식이 김정은에게 열병식을 시작하겠다고 보고하고 최룡해 노동당 부위원장의 축하연설이 끝나자 열병 행진이 시작됐다.
본격적인 열병 행진에 앞서 북한군 총정치국·총참모부·인민무력성 소속 장성과 장교들이 김일성·김정일 초상기를 호위하며 광장을 지나갔다. 총정치국·총참모부·인민무력성은 각각 북한군의 당·군사·행정 컨트롤타워다.
열병 행진이 시작되자 김일성 항일빨치산 부대를 형상한 열병부대가 백마를 탄 지휘관을 앞세우고 선두를 장식했으며 그 뒤를 6·25전쟁에 참전했던 부대들이 이었다.
특히 북한은 6·25 전쟁 참전 부대들이 등장한 이후부터는 각 열병부대를 인솔하는 지휘관의 이름과 계급을 모두 공개했다.
조선중앙TV는 6·25전쟁에 참전했던 북한군 4사단이 광장에 등장하자 "대전 해방작전에서 미군 24사단을 완전히 포위·섬멸한 근위서울 김책제4보병사단 열병 종대가 김광철 육군 소장의 인솔 하에 나갑니다"라고 소개했다.
중앙TV가 공개한 열병부대 인솔 지휘관의 계급은 상위(우리의 중위급)부터 대장(별 4개)까지 다양했다. 김명식 해군사령관, 김광혁 항공 및 반항공군 사령관, 리성국 4군단장 등 군종 사령관과 군단장들도 직접 열병부대를 인솔했다.
열병식에는 김일성군사종합대학, 김일성정치대학 등 군사대학, 사관학교 열병부대들도 각 학교 학장을 선두로 참가했다.
군단장을 비롯한 고위 간부가 직접 열병부대를 인솔하고, 또 인솔 지휘관의 이름과 계급을 모두 공개한 것은 북한 열병식 역사상 이번이 처음이다. 배가 나온 군 고위 간부들이 열병부대 선두에서 힘겹게 행진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열병식에서는 일부 부대의 특이한 복장도 눈길을 끌었다. 김영덕 육군 상장이 인솔한 특수작전군 열병 부대원들은 모두 얼굴에 검은색 위장크림을 바르고 검은색 선글라스를 착용했다. 이들은 전투모에 야시경을 장착하고 손에는 신형소총을 들었다.
정규군에 이어 민방위 부대인 노농적위군 부대들의 행진까지 끝날 무렵 김일성광장 상공에는 비행기 27대가 등장해 '105'라는 숫자를 형상화하며 김일성 생일 105주년을 기념했다.
기갑부대 중에서는 탱크 부대가 선두에 서고 장갑차와 자행포, 주체포 부대가 뒤를 이었다. 각종 구경의 방사포와 지대공 미사일, 대함미사일 등을 탑재한 차량도 광장을 지나갔다.
북극성(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북극성 2형, 무수단급 미사일, ICBM급 미사일 등 각종 전략 무기들이 마지막에 등장하며 열병식의 대미를 장식했다.
열병식이 끝나자 5대의 비행기가 다시 광장 상공에 등장해 화려한 연막을 내뿜으며 에어쇼를 펼쳤다.
열병식에 이어 평양시민들의 대규모 군중시위가 열렸다. 시민들은 붉은색과 분홍색의 꽃술을 들고 '만세'를 외치며 김정은이 서 있는 주석단 앞을 지나갔다.
김일성 광장 주석단에는 김정은을 중심으로 오른쪽에는 박봉주 내각 총리, 최룡해·최태복·리수용·김평해·리만건·오수용·곽범기·김영철 당 부위원장이, 왼쪽에는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 리명수 총참모장, 박영식 인민무력상, 최부일 인민보안상, 김원홍 국가보위상, 윤정린 호위사령관 등이 자리를 잡았다.
한편 주석단에서는 리영길 총참모부 작전총국장이 권총을 차고 김정은 경호를 직접 맡아나선 모습이 포착됐다.
이날 행사는 열병식과 군중시위를 포함해 모두 2시간 50분가량 열렸다.
yooni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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